배우 박지연은 자신을 "노래하는 걸 가장 좋아하고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2010년 '맘마미아'의 소피 역으로 데뷔한 뒤 거의 뮤지컬 무대에 집중해왔다.
데뷔 16년차인 올해까지 연극 출연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와 '햄릿', 그리고 현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2시22분-어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 세 편 뿐이다.
2023년 초연에 이어 2년 만인 올해 재연 무대에도 올랐다.
박지연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초연할 때 너무 재미있어서 재연도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2시22분은 그의 말처럼 흥미로운 공포 연극이다.
박지연은 갓난아기를 키우는 엄마 제니 역으로 출연한다.
제니는 남편 샘이 출장으로 집을 비운 나흘간 매일 새벽 2시22분에 아기가 잠든 방에서 유령의 소리를 듣는다.
극은 유령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마무리되는데 무대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남편 샘은 지극히 이성적이다.
유령은 존재하지 않으며 집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이한 일들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니는 집이 두렵고 아기가 위험하다며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사를 가자고 맞선다.
제니와 샘의 논쟁에 친구인 로렌과 벤 부부도 가세한다.
혼령의 존재를 믿느냐 여부를 두고 네 명이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드러난다.
박지연은 연극 2시22분이 매력적인 이유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혼령이란 주제를 꺼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혼령에 대한 논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의 대사가 너무 좋고 결국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등장인물 4명의 개성이 분명해서 관객들도 4명의 인물 중 선택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들 간 다양한 관계 속에서도 결국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긴장도 되지만 무척 웃기기도 한다.
영리하고 세련된 연극이다.
"

2시22분은 박지연의 유일한 현대극이기도 하다.
앞서 출연한 연극 리처드 3세와 햄릿은 모두 셰익스피어가 쓴 고전이다.
"독백이 많은 리처드 3세 등의 고전을 하면서 일상의 언어로 치열하게 치고받는 대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논리 싸움을 좋아한다.
논쟁을 잘 못하지만 논쟁에 참여하는 자체를 굉장히 좋아한다.
연극 '레드'를 보면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면이 멋있다,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레드가 소신을 가진 인물 두 명이 계속 치열하게 대사를 주고받는 연극인데 2시22분도 4명이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을 주장하고 또 반응하는 작품이어서 꼭 다시 해보고 싶었다.
" 레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켄의 삶의 철학과 예술론을 둘러싼 논쟁을 다룬 작품으로 2010년 토니상 연극 부문 작품상을 받은 연극이다.
박지연은 2015년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시작으로 TV에도 종종 출연했다.
'미스터 션샤인', '더 킹: 영원의 군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2022년에는 KBS 드라마 '붉은 단심'으로 지상파 첫 주연을 맡기도 했다.
붉은 단심의 최가연 역으로 KBS연기대상 여자 조연상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매체보다 무대 중심 활동을 고집한다.
"무대 위에 있을 때 내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대표님에게도 공연이 주가 되는 배우이고 싶다라고 항상 말씀 드린다.
공연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안정적이고 변수가 없는 걸 추구하는 성격인데, 공연은 반복해서 준비만 잘 한다면 어떤 변수가 생겨도 두렵지 않다.
매일 같은 공연을 반복하는듯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느낄 때 너무 행복하다.
"

그는 연극 외도가 배우로서 자신의 세계를 좀 더 확장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앞으로 다양한 연극 무대도 경험하고 싶지만 여전히 뮤지컬을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줄였지만 한때 책장 두 개 정도를 CD, 테이프, 악보 등으로 꽉 채웠다.
지금도 유튜브로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어떤 음악이든 앨범 전체를 들으려 한다.
음악 하나하나보다 앨범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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