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세계적 건축 대가와 조각 거장의 콜라보...강원도 숲 속 'GROUND'의 매력

강원도 원주에 소재한 뮤지엄 SAN에 마련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조각의 거장 안토니 곰리의 첫 협업 미술 공간 'GROUND'가 19일 첫선을 보였다.
내부 직경 25m, 천고 7.2m, 직경 2.4m의 원형 천창을 갖춘 돔 형태의 공간으로, 뮤지엄 SAN의 플라워 가든에 조성됐다.



'GROUND'는 기원전 27년 아그리빠가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닫힌 천장 형태로 건축한 로마 판테온과 유사한 모습인데, 규모는 판테온의 3/4 크기다.
판테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천장에 난 원형 창으로 빛이 스며든다는 것. 해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 안을 비추는 빛의 방향이 바뀌는 변화는 의도된 연출이다.
또한, 앞으로 시원하게 탁 트인 시야에는 굽이진 울창한 산맥의 곡선미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시장 자체가 전시의 일부인 '장소 특정적 예술'로 공간과 조각이 함께 공명한다.


공간 안에 배치된 7점의 조각은 인간의 다양한 형상을 녹슨 철로 구현했다.
안토니 곰리는 "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바닥에 단단한 토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기와 반응하고 변하는 속성을 나타내기 위해 철로 구현했다"며 "녹의 색깔은 철이 땅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연상시키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 날씨와 자연에 노출돼 계속 변화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GROUND'는 '소통을 위한 단절'을 추구하는 뮤지엄 SAN의 지향점과도 맞닿아있다.
안토니 곰리는 "허구의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 사회는 인간을 노예화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GROUND'는 인간이 지닌 욕망이 미래에 어떻게 기능할지 감각하기에 대단히 좋은 장소라"라고 말했다.


반구 형태로 조성된 'GROUND' 내부는 소리 울림과 증폭이 매우 크다.
특히 중앙에서 나는 소리는 천장 여기저기에 반사돼 여러 메아리로 울린다.
안토니 곰리는 "돔 중앙에서 소리가 가장 크게 증폭하고 원 테두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진폭이 작다.
소리가 있으므로 해서 공간이 지닌 생동감이 극대화된다"며 "발자국도 크게 울려 내가 이 공간에 존재한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소리가 크게 증폭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전했다.


'GROUND'는 관람객에게 특정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것. 안토니 곰리는 "특정 이데올로기나 개인적 우주론을 주창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인간이 이 세계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 답이 작품 자체에 드러나진 않지만, 관람객이 지닌 저마다의 경험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1, 2관에서는 안토니 곰리가 몸과 영혼을 주제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1관에 설치된 연작 'Liminal Field'에선 몸과 공간의 관계를 기포처럼 가볍고 유동적인 형상으로 표현한 7점의 인체 형상이 '존재의 순간'을 상기시킨다.
2관의 'Body and Soul'에선 인간 내면의 감각과 의식 구조를, 'Lux'에선 빛과 어둠 사이에서 인간이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를 탐색할 수 있다.



3관의 'Orbit Field II'는 안토니 곰리 조각의 핵심 개념을 집약한 설치 작업이다.
중력 궤도를 따라 우주 천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수십 개의 스틸 원형 구조물로 형상화했다.
한쪽 끝에서 반대 끝으로 갈수록 스틸 원형이 점점 촘촘하게 배치됐는데, 관람객이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순간 관람객은 거대한 천체의 일부가 돼 해당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감각적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이다.


안토니 곰리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이자 세계 최초 상설관('GROUND')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30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개막일인 20일에는 안토니 곰리의 특별 강연회도 진행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