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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내동댕이쳐진 세상에서 의젓하게 산다는 것

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우리는 지금 다정함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 이 책의 저자인 김지수 작가는 현시대에 갖춰야 할 태도로 다정함을 넘어선 의젓함을 지목한다.
의젓한 사람은 불안을 견디면서도 타인의 무게를 함께 짊어질 줄 아는 사람. 삶의 무게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윤리로 껴안는 사람을 지칭한다.
국내 대표 인터뷰어로 그간 대면한 14인의 삶에서 포착한 책임과 연대, 존중, 자기 성찰의 윤리 속에서 '의젓함'을 길어낸다.


인터뷰라는 창문으로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관찰한 결과,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이었다.
몰입은 시간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지만,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은 시간을 윤리적으로 확장시킨다.
더 많이 보았기에, 더 멀리 보았기에 혹은 그렇게 상상했기에 조금이라도 더 책임지려고 결정한 순간부터, 사람들은 조금 더 나아갔다.
… 그렇게 '의젓하다'는 고통과 시간, 인내와 책임이 인과 관계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의미의 출발점은 '타인에게 의젓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의젓함이 지닌 아름답고 깊은 층위는 지금 당장 부조리해 보이는 고통의 시간보다 더 멀리 있는 순리의 시간을 상상하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 프롤로그에서

어떤 철학자는 탄생을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라고도 했습니다.
선택하지 않았는데 던져졌으니, 암담하죠. 그런데 그렇게 던져진 존재는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함께의 존재'입니다.
직면한 기본 정서는 불안과 암담이지만, 관계 속에서 선한 영향을 주고받으면 '불안의 악력'이 현저히 약해져요. 반대로 삶에 보람이 없으면 운명의 손아귀에 붙들리고 수순처럼 우울의 늪에 빠집니다.
그래서 신은 권유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타자에게 의젓한 존재'가 되어보라고. <22쪽>

노래는 첫 소절, 시작이 반이에요. 시작을 잘하면 끝까지 잘 풀려요. 처음에 힘 조절을 못 하면 끝까지 헤매지요. 〈상록수〉라는 노래는 높은 음으로 지르는 노래라 힘 빼고 시작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힘을 내듯 또 살짝 빼면서…. 결국 노래도 삶도 평생 힘 빼는 연습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제일 좋은 노래는 콧노래예요. 아무도 듣지 않고 나 혼자 부르는 노래…. 그게 가장 살아 있는 노래 같아요. <52쪽>

자기 언어, 자기 세계를 갖는다는 건 힘겨운 투쟁이에요. 그래서 젊은 시절, 내 또래 독일, 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볼 때도 나는 질투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나는 내 것을 할 수 있구나, 그런 시간을 가져서 다행이다, 그랬어요. <90쪽>

저는 늘 포기하고 싶어요. 어제도 포기하고 싶었고 오늘 아침에도 포기하고 싶었어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조금 더 강할 뿐이죠. 365일 중 65일은 그만둔다고 속으로 소리치면서도, 300일은 버텨요. <104쪽>

세상이 번쩍거려 보여도 다 별거 없어요. 만족 못 하고 비교하면 너도나도 별수 없어요. 너무 잘하는 거 잘 되는 거 찾아 헤매지 마세요. 좋아하는 거 있으면, 그거 하세요. 보여주려는 마음이 앞서면 자존심 상하고 상처만 입어요. 좋아하는 거 하면, 하다가 그만둬도 상처받지 않아요. 자존감이 남으니까요. <176쪽>

결심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떤 종류의 '뛰어듦'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결과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212쪽>

사는 건 어차피 고군분투입니다.
원하는 것을 이뤘더라도 고통과 문제는 계속되지요. 문제없는 삶이란 없으니까요. 그래서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 어떤 것이 내게 가치 있는 고통인가.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뇌가 신경 끄도록 자동으로 만든 패턴이 좋은 습관이고 루틴입니다.
그리고 결정권이 나한테 없을 때 최선은, 신경을 끄고 할 일을 하는 겁니다.
<230쪽>

가치 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 애쓰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성공은 어떤 일을 단순히 계속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가치 없는 일은 최대한 빠르게 그만둬야 해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250쪽>

당신 인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내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는 없지요. 자신의 전기 작가가 되면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던 치욕도 영광도 경험하게 직면할 수 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사소한 것들을 그냥 쓰세요. 혹시 당신이 스무 살이고 죽음이 너무 멀리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지금 시작하세요. 쓰기 전까지는 당신의 인생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맞춤법이 틀리거나 디테일을 놓쳐도 괜찮습니다.
쓸수록 쌓이고 쌓이면 나아집니다.
<350쪽>

의젓한 사람들: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368쪽 | 2만1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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