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첩보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운명을 거스르는 이야기다.
IMF는 물론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을 매번 과감한 결단과 실행으로 돌파한다.
그 과정은 제목처럼 목숨을 건 대장정이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매달리고, 줄 하나에 의지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벽을 뛰어다닌다.
달리는 열차 위에서 헬기의 공격에 맞서기도 한다.

지난 17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도 다르지 않다.
잠수 슈트와 산소마스크 없이 심해의 잠수함을 빠져나오고, 공중을 달리는 경비행기에 매달려 격투를 벌인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액션은 단순한 저항이 아니다.
우리가 자율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대다수 사람은 국가, 계급, 인종 같은 제약 안에서 자유로운 주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중심에는 이성적인 의사 결정이 있다.
하나둘 쌓여 행동 방식과 습관으로, 나아가 삶을 구성하는 경험의 집합체로 진화한다.
이때 사람은 기억, 언어, 이야기 등을 이용해 삶을 합리화한다.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존재로 자신을 다듬는다.
물론 모든 상황이나 의사 결정에 관여하기는 불가능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신의 자아, 타인의 자아,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제약에 가로막힌다.
강력한 무의식의 힘뿐만 아니라 외부 요인이 어느 정도 자기 삶을 빚어내고 결정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한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 이런 지배적 체계는 인공지능(AI) 엔티티로 나타난다.
디지털에 기반해 돌아가는 세상을 빠르게 잠식한다.
각국이 보유한 핵무기마저 수중에 넣어 인류 멸망의 위기를 초래한다.
이를 무력화할 키를 손에 넣은 헌트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한다.

엔티티는 그의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이타주의까지는 경계하지 못한다.
헌트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개인적 이득이 없어도 항상 타인의 필요를 우선한다.
일이 더 꼬이기도 하지만 보란 듯 임무를 수행해 희망에 가닿는다.
이 같은 극단적인 이타주의의 원천은 연민이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고 그 느낌을 공유하는 공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가 더해져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로 발현돼 해결책으로 이어진다.
현실에서 작동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의지에 한계가 있어서다.
오히려 자유의지를 신봉하다가 허무주의나 이데올로기에 빠질 수 있다.
신경과학계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자유의지가 제한돼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순간 더욱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헌트의 신념을 마냥 허구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신경과학자 한나 크리츨로우는 저서 '운명의 과학'에서 "타고난 선천성과 자율적인 개인의 힘이라는 기존의 지배적 통념으로부터 멀어져 우리를 이끌고, 결과를 빚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면 기회는 열린다"고 주장했다.

"인류에게 이타주의와 연민의 잠재력이 있다는 개념을 통합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적인 행동에 나서는, 더 간단히 말하면 내 이웃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대전제는 마련돼 있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세상이 점점 연결돼 아이디어와 필요를 손쉽게 소통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전쟁과 난민 문제부터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까지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고통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잘 인식할 수 있다.
엔티티와 같은 시스템의 위협이 커진 만큼 우리의 자율성과 자유의지의 폭도 넓어진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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