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울고 있다.
우산도 없이
비가 오는데
죽을 듯이 소리를 지른다.
영혼을 빼앗긴 것일까.
또 한 사람은 아무 말이 없다.
흙비가 내리는 밤
아스팔트에 머리를 박고
울음을 울음답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도
한 사람이 죽겠다고 결심한 날
소리의 한가운데 서서
소리만 남은 길바닥에서
또 한 사람은 우산을 버렸다.
비가 오지 않아도
그는 귀를 의심한다.
환한 대낮에도
그는 솜으로 귀를 막고
길을 걷는다.
-시집 ‘집 없는 집’(민음사) 수록
●여태천
△1971년 경남 하동 출생. 2000년 ‘문학사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국외자들’, ‘스윙’,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발표. 김수영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1971년 경남 하동 출생. 2000년 ‘문학사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국외자들’, ‘스윙’,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발표. 김수영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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