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공도서관 수가 올해 처음으로 13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연간 방문자 수도 꾸준히 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인 연간 누적 2억8000만명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의 양적 확대가 독서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 수는 1296개였다.
올해는 연간 평균 신설 규모(약 30개)의 두 배에 가까운 59개 도서관이 새로 문을 열 예정으로, 연말까지 총 1355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7년에는 도서관 수가 600개에 불과했으나, 17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방문자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07년 1억8600만명이었던 방문자 수는 2019년 2억7800만명까지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방문자 수가 급감했으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점차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2021년 1억3800만명이었던 방문자 수는 2022년 1억7500만명, 2023년에는 2억200만명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2억2400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2100만명(1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도서관 한 곳당 연간 방문자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2007년 도서관 한 곳당 연평균 방문자 수는 31만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25만명, 2023년에는 15만명대로 감소했다.
도서관 수 증가 속도에 비해 방문자 증가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방문자 증가율은 2021년 55%에서 2022년 26%, 2023년 15%, 올해는 11%로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도서관 수의 증가가 독자 수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은 국민독서율에서도 드러난다.
2007년 70%였던 국민독서율은 2023년 43%로 하락했다.
최근 1년 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한 권이라도 읽은 국민이 절반에 못 미치는 셈이다.
도서관 이용률과 독서율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도서관 방문 집계 기준에 중복이 많고 실제 이용률은 통계보다 낮을 수 있다고 본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도서관 접근성은 낮은 편이다.
2023년 기준 도서관 수는 미국 9238개, 독일 6780개, 일본 3310개로, 한국(1271개)은 인구 대비 열세다.
도서관 한 곳당 이용 인구도 한국은 약 4만명으로, 미국(3만6000명), 일본(3만8000명), 독일(1만2000명)보다 많다.
단순한 숫자 확장보다는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공간 확충에서 벗어나, 도서관을 지역 맞춤형 문화플랫폼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는 "책을 읽는 사람은 더 읽고, 안 읽는 사람은 아예 안 읽는 독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도서관이 생기면 호기심에 방문하는 '간헐적 독자'가 꾸준한 애독자로 전환되기 위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독서 캠페인 위주 정책이 아닌, 독서동아리 운영 등 결속력 있는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장 평론가는 "책을 전시하고 '읽으라'고 하는 방식으론 효과가 없다"며 "도서관 사서가 1인 1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고, 이를 평가 지표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도 "공공도서관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700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에 비하면 문화정책은 여전히 후순위"라며 "독서동아리 운영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을 위해선 예산과 인력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서관 건립 예산마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독서동아리 운영 등 내실화 역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따른 예산은 8461억원으로 전년보다 794억원(8%) 줄었으며, 2028년에는 7664억원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예산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며 "2023년부터 (문화시설)건립 지원금이 지방(자치단체)으로 이관되면서 5대 5 부담률이 무너졌고, 지자체 입장에서는 도서관 외에도 미술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면서 도서관 관련 예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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