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버멘쉬’시리즈, 입양아 모습 담아
신작 ‘홈’은 환대 의미… 유대감 형성
박유아가 그린 입양인들의 얼굴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도다.
초상은 뼈에서 피로, 피에서 살로 옮겨가며 생기를 찾고, 저마다 다른 바탕색은 고유한 그림자가 되어 주변을 감싼다.
어느새 작가가 그린 초상은 고유한 실존을 찾기 위한 노력이자 공감으로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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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들을 그린 초상화 ‘위버멘쉬’ 시리즈. |
입양인의 초상을 담은 ‘위버멘쉬’시리즈와 이 초상화를 내부 공간으로 들여온 집의 풍경 ‘홈’시리즈를 통해 환대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2020년에 처음 공개된 ‘위버멘쉬’는 입양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속 인물들을 존중과 애정의 시선으로 한 점 한 점 담아낸 초상화 연작이다.
이방인으로 불리는 이들의 초상에서 감도는 공기는 오히려 보는 이들을 이방인으로 만들 만큼 온전하다.
새로 선보이는 ‘홈’시리즈는 이러한 초상화들이 실제 가정의 벽에 걸린 듯한 풍경을 묘사한다.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이 등장하는 형식은 유쾌하면서도 사려 깊고, 바깥에서 내부로 타인을 초대하는 연출은 친밀한 관계의 지표이자 한 울타리 안에 함께 있다는 유대감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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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1 |
전시 제목 ‘즐거운 나의 집’은 19세기 미국 가곡에서 따온 것으로, 아늑한 집과 고향을 그리는 이 노래는 타의에 의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입양인의 삶과도 겹쳐진다.
여기서 집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서로의 뿌리를 마주하고 기억하는 장소이자 환대가 일어나는 정서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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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멘쉬’ 1 |
초기 수묵 중심의 서체작업에서 나아가 회화, 조각, 설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를 아우르며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 왔다.
2000년대 이후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가족(‘르쌍띠망-효’, 2012), 부부와 연인(‘뮤직박스’, 2013), 타인(‘위버멘쉬’, 2020)으로 시선을 옮기며 초상을 통한 관계 안에서 자아를 캐내고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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