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고승(高僧)의 흔적이 서려 있는 탑이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전남 곡성 태안사에 있는 보물 '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을 국보로 승격했다고 11일 밝혔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지 62년 만의 격상이다.
적인선사탑은 동리산문(桐裏山門)을 세운 적인선사 혜철(785∼861)이 입적한 뒤, 그의 행적을 추앙하고 사리를 안치하고자 세운 석조물이다.
동리산문은 신라 시대에 선법(禪法)을 가르친 종파인 구산선문 문파 가운데 하나로 태안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태안사 적인선사탑은 석재 여러 개를 짜 맞추어 조립한 기단을 별도로 조성한 형태로, 각기 다른 형상의 사자상과 사천왕상 등이 조각돼 있다.
전체적인 비례감과 조형미가 뛰어나 당대 최고의 석공이 시공했다고 추정된다.
특히 목조건축의 지붕 형상을 본떠 만든 옥개석은 전통 한옥의 처마 곡선과 나무 부재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예술·기술적 가치가 크다.
기단 주변에 남아있는 주초석 네 개도 신라 시대에 건립된 승탑 가운데 유일하게 예불 행위를 위한 탑전(塔殿) 시설을 갖추었던 흔적으로 추정돼 역사·학술적 가치가 상당하다.
탑 비문에는 적인선사가 입적한 861년에 건립됐다는 기록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국가유산청은 "소유자인 대한불교조계종 태안사, 곡성군 등과 협조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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