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은 무한한지, 그 사랑이 부서질 수 있는 한계점, 자녀에 대한 사랑이 멈추는 지점이 궁금했다.
"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는 희곡 '그의 어머니(Mother of Him)'를 쓴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2025년 해외 초연작 그의 어머니는 강간 범죄를 저지른 10대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는 아들의 범죄 형량을 줄이려 하면서도 감정적 동요를 드러낸다.
오는 4월2~19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한다.
플레이시는 영국문학왕립학회 문학상, 영국 브라이언웨이 어워드, 영국작가조합 청소년극상,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청소년연극상 등을 받은 극작가다.
'감옥에서 태어난 아이들', '섹스팅', '트랜스젠더' 등의 작품을 통해 비인격화된 상황에서 포착되는 도덕적 딜레마와 윤리적 대립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플레이시의 희곡은 12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플레이시의 장편 희곡 데뷔작으로 2010년 초연했다.
작품은 캐나다 극작가상, 영국 크로스 어워드 신작 희곡상에 선정됐다.
인간 본능을 직시하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내며 인물의 치열한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한한 모성애에 균열을 일으키고 인간 본성과 자기 보호 본능을 드러내는 어머니 '브렌다' 역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일타스캔들' 등에 출연한 배우 김선영이 연기한다.
김선영은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했으며 직접 극단을 이끌고 연극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작자가 아닌 배우로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이다.
극단 산수유 대표인 류주연이 연출을 맡는다.
류주연은 제47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제37회 영희연극상, 제24회 김상열연극상을 받았으며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기묘여행', '12인의 성난 사람들', '1945' 등을 연출했다.
류주연 연출은 "예상치 못한 극적 전개와 흐름이 의외성을 만들어 내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극을 설명했다.
류 연출은 "인간의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들을 치밀하게 그려내려 한다"며 "궁지에 몰렸을 때 드러나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본능적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최호재와 최자운이 두 아들, 매튜와 제이슨을 연기한다.
브렌다의 친구이자 변호사로서 갈등을 야기하는 인물 '로버트' 역은 2025~2026년 국립극단 시즌단원 홍선우가 맡는다.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용준이 아버지 '스티븐'으로 출연한다.
2024년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활약한 이다혜(제시카 역)와 2025~2026년 국립극단 시즌단원 김시영(테스 역)도 합류한다.
11~13일 공연은 소외 없는 관람 기회 제공과 장벽 없는 연극 문화 향유를 목표로 하는 접근성 회차로 운영된다.
무대모형 터치투어를 비롯해 음성해설, 한국어수어통역, 한글자막해설, 이동지원이 제공된다.
4월6일 공연 종료 후에는 류주연 연출과 어머니 브렌다 역의 배우 김선영, 아버지 스티븐 역의 김용준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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