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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지리학이라 쓰고 자본주의라 읽다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1-03 14:20:09

자본주의는 사유재산과 시장경쟁 원리를 토대로 재화의 생산과 교환을 통한 자본의 축적을 인정하는 경제 체제다.
교역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재화의 생산과 교환을 통한 이윤 추구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의 세계사’의 글쓴이가 교역의 역사를 새로 쓴 대항해 시대를 자본주의의 시작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15~16세기 오스만 제국이 팽창하면서 실크로드 교역로가 폐쇄됐다.
이전 몽골제국 시대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던 동서 무역로가 끊긴 것이다.
유럽에는 신항로 개척이 절실해졌다.
이슬람 세력인 오스만 제국이 동유럽을 장악하던 시기 서유럽에서는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에서는 수백 년에 걸친 국토회복운동 ‘레콘키스타’가 결실을 맺으면서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쫓겨났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뒤 외부로 눈을 돌렸다.
피레네 산맥에 가로막혀 동쪽 유럽 대륙 진출은 여의치 않았다.
해양으로 눈을 돌렸다.



컬럼버스는 오스만 제국에 막힌 새 동방무역로를 개척하겠다며 에스파냐의 후원을 받아 반대편 바다로 나아갔고 뜻하지 않게 신대륙을 발견했다.
신대륙의 금과 은 덕분에 에스파냐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의 세계사’의 글쓴이는 이를 자본주의의 탄생이었다고 설명한다.


에스파냐가 주조한 은화 ‘페소 데 오초(Peso de Ocho)’는 대항해시대 기축통화 역할을 했다.
신대륙에서는 금과 은 외에도 카카오, 담배, 토마토, 설탕 등의 새로운 문물이 유입됐고, 유럽의 사회와 문화는 크게 바뀌었다.
18세기 유럽 대륙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7년 전쟁(1756~1763)은 유럽의 패권 지형을 바꿔놓았다.
7년 전쟁에서는 섬나라라는 영국의 지리적 특성이 이점으로 작용했다.
해외 식민지와 유럽 대륙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해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영국은 프로이센, 포르투갈 등과 동맹을 맺고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18세기 당시 프랑스는 영국보다 인구가 세 배, 경제 규모가 두 배 정도인 대국이었다.
하지만 합스부르크 제국, 에스파냐, 스웨덴 등과 동맹을 맺은 7년 전쟁에서 패하면서 국력이 크게 쇠퇴했다.
많은 해외 식민지를 잃었고 7년 전쟁 패전 뒤 채 20년이 지나지 않아 대혁명(1789)이 발생,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국은 7년 전쟁 승리를 계기로 인도 등 여러 해외 식민 지배 항로를 개척, 이후 세계 최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때마침 7년 전쟁이 끝난 직후인 1776년 제임스 와트가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되는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지리적 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상용화된 열차와 전차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시 규모를 키웠다.
산업혁명 이전의 도시는 사람들이 걸어갈 수 있는 범위까지만 확장했다.
열차와 전차는 사람의 이동성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덕분에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인류의 삶 자체가 농어촌에서 도시 중심으로 바뀌었다.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시장의 형성,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세기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던 배경도 지리적 이점을 무시할 수 없다.
북미 대륙에는 원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했다.
미국이 캘리포니아까지 영토를 넓힌 것도 미국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태평양과 대서양, 두 대양을 동시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두 대양을 동시에 품은 국가는 미국이 인류 역사상 최초였다.



자본주의는 초기 상업자본주의가 산업혁명을 거치며 산업자본주의로, 대공황을 겪으며 수정자본주의로,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는 20세기 초 파시즘의 도전을 견뎌냈고, 종전 이후 공산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도 승리했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국과 베트남 등이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세계 경제는 자본주의 일극 체제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자본주의가 역사상 최초의 종교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자본주의가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민영화 확대, 감세와 복지예산 축소, 노동의 유연화 등을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실업, 빈부 격차의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산물인 세계화로 인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화는 얼핏 개도국의 경제에 도움을 주는 듯 했으나 실제로는 개도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본과 기술 축적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구조화됐다.
선진국에서는 개도국 출신 이주노동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유럽 각국에서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민에 반대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재앙은 인류가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야기한 환경 훼손이 기후위기라는 부메랑이 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글을 마치며 세계 경제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묻는다.
분열을 상징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등장, 날로 심각해지는 온난화 등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글쓴이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저 신자유주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만 언급할 뿐이다.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이동민 지음 | 288쪽 | 1만9500원 | 갈매나무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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