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좀비딸' 등 인기 IP, 여름 극장가 출격
관계자 "위축된 영화 시장…검증되지 않은 이야기 만드는 게 조심스러워져"
![]() |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왼쪽)과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딸'이 7월 여름 극장가에 출격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
코로나19 이후로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모호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름 극장가는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걸릴 정도로 관객들은 수많은 웹툰·웹소설·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리메이크작을 접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진 IP(지식재산권)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부터 오리지널 각본이 부재한 현재 한국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정리해 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웹툰·웹소설·소설의 영화화부터 이미 흥행이 검증된 해외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것까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검증된 IP의 존재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는 웹툰·웹소설·소설을 원작으로 하거나 다른 국가의 흥행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이 많아졌다. 이는 원작이 존재하는 안효섭·이민호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이하 '전독시')과 조정석 '좀비딸'(감독 필감성)이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하는 올여름 극장가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전독시'는 2018년 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된 후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돌파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안효섭 이민호 신승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권은성 등이 출연한다.
30일 스크린에 걸리는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하는 딸바보 아빠 정환(조정석 분)의 코믹 드라마로, 데뷔작 '인질'(2021)에 이어 티빙 '운수 오진 날'로 흡입력 있는 연출을 보여준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연재된 웹툰은 글로벌 누적 조회 수 5억 회를 기록하고 2019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 부문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 |
코로나19 이후 웹툰·웹소설·소설의 영화화와 리메이크 작품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작품 포스터 |
물론 한국 영화계에서 검증된 IP의 존재감이 갑작스럽게 커진 것은 아니다. '이끼'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2010년부터 몇몇 웹툰이 영화화됐고 이후 '은밀하게 위대하게' '내부자들' '신과 함께' 시리즈 '치즈인더트랩' 등이 개봉하면서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작품의 수가 증가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리틀 포레스트' 등 흥행이 검증된 외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들도 꽤 있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웹툰·웹소설·소설의 영화화와 리메이크 작품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스크린에 걸린 영화 중에서 '핸섬가이즈' '파일럿' '히든페이스' '청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태양의 노래' 등이 외국 작품에 한국 감성을 덧입혀 재탄생된 리메이크작들이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대도시의 사랑법' '딸에 대하여' '파과' 등은 소설을 원작으로, '침범'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개봉 예정인 영화 중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히는 것들이 꽤 있다. 변요한·고아성·문상민이 뭉친 '파반느'는 박민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한예리·김설진 '봄밤'은 권여선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을, 구교환·신승호 '부활남'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구교환·문가영 '먼 훗날 우리'는 동명의 중국 멜로 영화를 리메이크했으며 최근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도 동명의 일본 소설과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이다.
![]() |
'청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왼쪽부터) 대만 로맨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연달아 스크린에 걸리면서 웹툰·웹소설·소설의 영화화와 함께 리메이크작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작품 포스터 |
과거 웹툰·웹소설·소설의 영화화와 리메이크가 신선한 소재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험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으면서 검증된 IP에 대한 선호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 것. 이미 인기가 입증되고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콘텐츠인 웹툰·웹소설·소설이나 해외 영화를 재해석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 대표 A 씨는 <더팩트>에 "검증된 IP를 활용한 작품이 많아진 이유는 결국 영화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업적으로 검증받지 않은 이야기를 큰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로 만드는 게 조심스러워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A 씨는 "과거 2억 2000만 명의 관객이 들어올 때는 이런 걸(오리지널 각본으로 영화 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천만 흥행 역사를 썼던 감독들의 작품들마저 잘 안될 정도로 한국 영화계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자본이 많이 들어가야 되는 영화를 제작할 때 검증된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대 관객 B 씨는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 중에서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거나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늘 원작이 있는지 검색해본다"고 전하며 검증된 IP의 커진 존재감을 체감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어 B 씨는 "극장에 자주 가지 않아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영화화되면 꼭 본다. 또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몰랐던 웹툰을 새롭게 알게 된다는 좋은 점도 있다. 팬들이 가상 캐스팅을 하는 이유도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라면서도 "그런데 너무 의존하는 경향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계속>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