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연 PD "시청자 반응, 생각했던 부분…출연자에 대한 책임감 생겨"
정현규 "7일간 진심으로 임해…당분간 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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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2' 관련 인터뷰에 나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두 확인했다며 다만 출연자에 대한 비판보다는 연출자인 자신에게 질타를 보내 달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뜨거운 반응이 있다는 건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의 방증이기도 하다. '데블스 플랜2'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부정적인 여론으로 뒤바뀌었다. 좋지 않은 사례를 보여준 정종연 PD와 정현규는 나름의 피드백을 내리며 시청자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새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의 정종연 PD와 정현규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각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우승을 차지한 두 사람은 '데블스 플랜2'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해명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6일 첫 공개돼 20일 12화를 끝으로 종영한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는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지난 2023년 공개된 시즌1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시즌2로 새롭게 돌아왔다.
이번 시즌에는 2명이 더 늘어난 14명의 참가자들이 등장했다. 게임 진행 결과 최종 우승은 앞서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출신 정현규가 차지했다.
'데블스 플랜' 시리즈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는다는 점이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두뇌 게임 서바이벌 장르의 획을 긋고 있는 정종연 PD는 일찌감치 마니아층을 형성한 바 있다.
이에 '데블스 플랜2' 역시 기대감 속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3주에 걸친 방송은 회차가 공개될수록 거센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플레이어 정현규 윤소희 규현을 중심으로 한 연합과 우승 양보,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보상 사용 타이밍·딜러 개입 등 각종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며 많은 시청자들이 돌아섰다.
그래서일까. 취재진을 만난 정종연 PD와 정현규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정종연 PD는 "종합적인 피드백을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는 감옥동이었다. 그러나 감옥동이 생활동의 전세를 뒤집을만한 요소들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좋은 의견이고 나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현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7일간 진심으로 임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도 했고 공격적인 태도와 자세도 보였던 것 같다"며 "그런 내 모습이 많은 분들을 불편하게 하고 프로그램과 제작진 및 다른 출연자에게 피해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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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2' 우승자 정현규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한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
특히 우승자 정현규를 향한 날 선 비판은 연일 이어졌다. 우승 과정도 문제지만 그 속에서 보여준 정현규의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뷰 내내 "반성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 정현규다. 그는 "세트장에서 나온 후로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태라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쉬고 있다"며 "다만 내 모습을 보고 난 뒤의 많은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 역시 스스로를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환승연애2'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현규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데블스 플랜'에 도전하게 됐을까. 그는 "프로그램에 들어갈 땐 우승을 위해 정해진 시스템과 룰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 나가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며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내 진심이 안 좋게 보여지고 불쾌함을 드린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정현규의 말대로라면 그가 잘못한 건 없다.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승을 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현규는 어떤 점을 반성하고 있다는 건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정현규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말을 한다든가 상대방을 기선 제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말을 세게 하거나 그런 플레이를 한 게 보는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렸다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종연 PD 또한 정현규를 비롯한 일부 출연자에 대한 비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만든 시스템이고 내가 요구해서 하는 것들이지 않나. 그 안에서 14명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생각한 부분을 염두에 두며 최선을 다해서 게임에 임해줬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최종적으로 내가 지는 게 맞다. 때문에 시청자들께 질타를 받고 있어 내가 더 미안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오프닝에서도 나오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사회적 가면을 벗고 실리를 추구하라'고 말해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처럼 행동하는 건 쉽지 않죠. 아무래도 TV로 보이는 본인들의 모습을 걱정할 수밖에 없거든요. 때문에 이 공간 안에 들어온다고 모든 걸 내려놓고 바꾸는 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규 현준 은유 씨 등 오프닝의 말대로 최선을 다해준 플레이어들에게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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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데블스 플랜2' 속 새로 추가된 감옥동을 언급하며 생활동의 서사가 제대로 담기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
'데블스 플랜2'의 가장 큰 변화는 '감옥동'의 신설이었다. 지난 시즌 플에이어들의 운명을 가르며 극적 재미를 안겼던 감옥이 감옥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야심 차게 준비한 새로운 룰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감옥동'이 '데블스 플랜2'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감옥동의 데스룸에서는 감옥매치가 펼쳐지며 매일 밤 추가 탈락자가 발생한다. 여기서 제작진의 의도는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생활동 플레이어들을 이기기 위해 협력하지만 결국 감옥동 탈출이라는 신분 상승과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였다.
그러나 생활동에 치우친 룰은 게임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불공평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종연 PD는 "아무래도 감옥 매치는 탈락을 두고 하다 보니 처절하다는 점이 있고 언더독들의 모임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감옥동의 서사가 잘 표현될 수 있는 구조로 세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생활동의 서사가 부족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언더독의 반란'을 꾀했다고 하기에는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생활동 플레이어들을 이길 수 있는 장치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다시 말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었다.
정종연 PD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많이 불리한 게임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오픈돼 있는 다수의 게임을 했을 때 많이 유리한 게 보통이고 내가 설계한 메인 매치의 특성"이라며 "우리가 기획했던 메인 매치는 여러 사람이 모인다고 해서 이기는 싸움은 아니었다.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서 소수의 사람도 이길 수 있는 게임으로 개발했다고 자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비판은 수용했다. 정종연 PD는 "전체적인 설계면에 있어서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 보상이 과했다거나 감옥 매치에서 잘한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조금 더 주는 게 어떻냐는 피드백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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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2'가 종영된 후 출연자 정현규 규현 윤소희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이에 정현규는 자신으로 인해 다른 출연자들이 함께 욕을 먹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
시즌1, 2에서 공통으로 지적된 '연합'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정종연 PD는 "연합으로 인한 상황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다만 소셜적인 면이 있으며 오픈된 상황에서 같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에서 '연합'에 대한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민이 되긴 했지만, '데블스 플랜'이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두뇌 경쟁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규현과 윤소희가 우승에 욕심이 없었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우승을 위해 출연해야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의 태도는 어불성설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종연 PD가 직접 입을 열었다.
정종연 PD는 "두 사람이 승리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다. 다만 생활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생긴 유대감과 그 속에서 한 약속들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보는 사람들인 것 같다"며 "두 사람도 노력했을 터다. 예를 들어 9회에서 5대2 싸움이 됐을 때 조금 더 싸우려고 한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6대1이 되는 순간 자신의 임계점을 못 넘어간 게 아닐까 싶다. '현규는 보상이 있으니 괜찮아'보다는 현규에게 벌점을 먹이면서 게임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현규는 규현과 윤소희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먼저 전략적으로 형과 누나에게 동맹을 제안해 두 사람이 내 편이 됐다. 근데 이렇게 부정적인 비판이 뒤따르다 보니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유하게 플레이해야 하지 않았나 후회도 된다"고 전했다.
정종연 PD는 "현규 씨는 자기가 두 사람을 설득해서 이런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무거운 것 같다"며 "내가 만든 판이고 시스템이니 설계자인 나에게 비판을 보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종연 PD와 정현규는 이번 '데블스 플랜2'를 통해 스스로 내린 피드백을 전했다. 먼저 정종연 PD는 "사실 시청자가 느낀 흐름을 나 역시 걱정했던 부분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달랐다. 시청자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몇몇 시청자들에게는 출연자가 대단한 잘못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때문에 근래 내 생각을 가장 지배한 건 출연자에 대한 책임감이다. 앞으로 프로그램 만들 때는 이 부분을 많이 고려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현규는 출연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단다. 그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날 되돌아보면서 후회한 적도 잠깐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내 선택이고 이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운 것도 있고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여기에 내가 누를 끼쳤다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더해 지금을 딛고 조금 더 성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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