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문화의 그늘] 가까워진 '스타와 팬' 사이, 사생 불안감도 커진다스포츠월드 기사제공: 2025-03-18 06:29:00

사생팬의 도 넘은 행동에 고통을 호소한 가수 김재중과 그룹 엔하이픈. 뉴시스, 빌리프랩 제공

#구간마다 기다리는 사생택시들, 손님이 쫓아가달라고 요구하니 가야 한다는 드라이버들, 차 안에서 무전으로 작전 수행하듯 한 사람의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짓밟는 괴롭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당신들. 시대가 바뀌었다.
차량 6대 전부 블랙박스 영상을 포함해 촬영했고 앞으로도 더 수집할 예정이다.
사생활과 인간의 고통을 수집하는 당신들은 큰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2024.1)

#나 열애설 났네. 잠잘 시간도 없는데 연애라니. 사진을 보니 조명, 입국 시기, 좋아하는 음식, 손가락 타투 이런 걸 완벽하게 설정한 것 같긴 한데 오점을 남겼다.
하려면 정성을 다하지. 그래야 고소를 더 세게 할 수 있다.
(2024.11)

가수 김재중이 사생팬(사적인 생활을 쫓는 팬)의 택시 스토킹, 가짜 열애설 유포 등 도 넘은 행위에 분노해 직접 SNS와 팬 소통 플랫폼에 올린 경고문이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참다 참다 올린 게시물이라는 점에서 평소 얼마나 사생활 피해를 입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최근 사생팬의 불편한 행동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사생팬은 주로 연예인의 사적인 생활을 지나치게 추적하거나 심하게는 문제가 되는 과도한 행동을 일삼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스타들의 정보나 스케줄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대 속에 이를 악용해 정보를 탈취하거나 이유 없는 악플, 집착 수준의 스토킹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7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사생팬 신고를 비롯한 스토킹 발생 건수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23건에서 2022년 1만545건, 2023년 1만2084건으로 급증했다.
포털 사이트에 사생팬이라는 세 글자만 검색해도 숙소 침입, 항공편 정보 탈취 등 스타들이 입은 다양한 피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재중이 올린 사생팬에 대한 피해 호소. 김재중 SNS 캡처

사생팬은 팬덤 문화가 유입되면서 횡행하기 시작했다.
팬덤 문화는 2000년대 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스타와 팬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서로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소통의 기회가 늘었다.

팬덤의 긍정적인 역할도 분명히 있다.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음악·드라마 등 K-콘텐츠를 소비하고 2차 창작물을 만들면서 엔터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또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홍보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팬 커뮤니티 안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봉사·기부 문화도 선한 영향력을 펼친다.
팬들은 연예인의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맞아 기부 활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새해나 연말에는 복지센터 등을 찾아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한다.
이는 팬들 사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스타의 일상을 보다 가깝게,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일부 팬들의 욕구가 범죄로 변질되고 있다.
대부분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소수의 극성팬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개인적인 공간에 침입하는 등 행위를 하며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안긴다.

심각성을 인지한 소속사들은 팬들에게 적절한 경계를 요청하고 사생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피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사생 행위가 잘못된 범죄 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보다 성숙한 팬 문화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겸 중원대 사회문화대학 특임교수는 “사생 행위는 팬과 스타를 모두 망가뜨리는 행위”라며 “연예인 인권보호 등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나 단체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