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주연 배우 서현, 옥택연. 사진=각 소속사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을 훼손해 논란이 된 KBS 드라마가 관련 촬영분을 전량 폐기한다.
16일 방송가에 따르면 KBS는 안동시청, 국가유산청 관계자와 논의해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병산서원 촬영 분량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만대루와 동재 등 훼손 논란이 불거진 곳뿐만 아니라 병산서원을 배경으로 한 모든 촬영분이 폐기 처분된다.
 | | 병산서원 만대루에 난 못 구멍. 사진=안동시 제공 |
지난 6일 안동시는 해당 촬영분 폐기를 요청했고 KBS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시기와 형식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KBS는 드라마 방영 시 별도의 사과문도 올릴 방침이다.
새로운 드라마 촬영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문화유산, 사적지, 유적지 등에서 촬영할 경우 문화재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드라마 제작진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만대루와 동재 보아지(기둥과 들보를 연결하는 보강용 널 조각)에 촬영 소품을 설치하기 위해 총 10여 곳에 못을 박았다.
소품용 모형 초롱 6개를 매달기 위해 못을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서원 중 가장 아름답기로 꼽히는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서원 내 만대루는 소박하고 절제된 조선 중기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우리나라 서원 누각의 대표작이라고 평가받으며 보물로 지정된 바 있다.
 | |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내부. 사진=국가유산청 |
문화재 훼손은 건축가 민서홍이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사건 당시 병산서원에 들렀다는 그는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
중년 신사분이 항의했고,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민서홍은 “당시 스태프들은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며 적반하장으로 성을 냈다”고 알려 파장이 일었다.
KBS 측은 “기존 못 자국에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것”이라며 “제작팀은 소품을 거는 것이 가능한 위치인지를 사전에 병산서원을 관리하는 별유사님께 검토받았고 별유사님 입회하에 촬영을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에 못 자국이 있는 곳이더라도 새로 못을 넣어 압력을 가한 행위는 문화재 훼손에 해당함으로 이 사안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 병산서원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
안동시 측은 “촬영 허가는 했으나 문화재에 어떠한 설치를 한다는 건 협의가 이뤄진 바가 없다”며 “촬영 허가 조건으로 문화유산에 훼손 행위를 금한다고 명시했다”고 반박했다.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을 근거로 KBS를 고발했다.
안동시 현장 점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수지 처리 등 문화재 복구 과정을 거치면 오히려 훼손이 더 두드려져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못자국을 메우기 보다는 추가 자문 등 복구를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서현·옥택연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여대생 영혼이 깃든 소설 속 병풍 단역 차선책(서현)이 주인공 경성군(옥택연)과 하룻밤을 보내며 펼치는 로맨스 판타지다.
병산서원 촬영분이 폐기되면서 배우들 또한 재촬영이 불가피해졌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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