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가 58년간의 가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마이크는 내려놨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나훈아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펼쳐진 '나훈아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 - 서울'을 마지막으로 가수로서 은퇴했다. 그는 이날 대표곡 '고향역'으로 무대를 시작한 뒤 '고향으로 가는 배', '물레방아 도는데', '18세 순이', '사랑', '영영' 등 다수의 히트곡을 열창하며 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를 끝마쳤다.
무대를 마친 나훈아는 "서운하나? 그래서 가는 거다"라며 팬들에게 은퇴 이유를 설명하면서 "가도 된다고 하면 돌아서는 모습이 얼마나 불쌍하겠나. (은퇴 결심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끝까지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한 채 관객석에 큰절을 하면서 뜨거운 눈시울을 붉혔다.
나훈아[사진=예아라]
그러나 나훈아의 고별무대는 노래가 아닌 다른 것으로 더 이슈가 됐다. 바로 정치적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달 7일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대구 공연'을 진행하면서 "며칠 전 밤을 꼴딱 새웠다.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집회가 금지된단다. '우짜면 좋노' 싶더라. 새벽에 계엄 해제가 되는 걸 보고 술 한잔하고 잤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이 어느 쪽이고? 여당, 야당 대표 집은 어디고?"라면서 "정치의 근본이 무엇이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곯지 않게 하는 것이 원리다.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거, 이걸로 국회에서 밤을 새우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일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나훈아 [사진=예아라]
이뿐 아니라 나훈아는 마지막 콘서트였던 '나훈아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 - 서울'에서도 정치적 의사 표현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공연에서 "이제 그만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요새 방향감각이 없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론들이) 자기네 쪽으로 유리하게만 말하더라. 이번엔 확실히 얘기하겠다. 오른쪽이 어데고(어디고), 왼쪽이 어데고, 너는 잘했나"라며 직격했다.
이러한 나훈아의 발언에 정치권에서 반발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훈아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민가수다. 나도 그의 찐팬이다. 그런 국민스타 가수가 가수 인생을 마치면서 고별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니 경외감마저 든다"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나훈아의 요즘 탄핵 시국 관련 발언은 아무리 팬이어도 동의하기 어렵다. 아니 심히 우려스럽다"는 글을 게재했다. 여기에 김 지사는 "평상시 같으면 좌우 싸우지 말고 통합 정신으로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이 지당하고 백번 옳다. 그러나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하마터면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처럼 모든 것을 통제받는 독재 시절로 되돌아갈뻔했다. 그래서 윤석열이 탄핵심판대에 서게 된 것인데 단순히 좌·우가 싸우는 진영논리로 작금의 현실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나훈아는 대중문화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문화가 아닌 비상시국 언급에서는 그 영향력을 생각할 때 좀 더 신중한 발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나훈아 참 웃긴 양반이다. 한평생 그 많은 사랑 받으면서도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이냐며 발끈했다. 아울러 "'지금 하는 행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하고 있는데, 왼쪽 역시 잘한 게 없다'라 참 어이가 없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비상계엄과 내란이 무슨 일이고, 왜 벌어졌는지, 누구 때문이고 대한민국 경제와 대외신인도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지 진심 묻고 싶다. 나훈아씨 그냥 살던 대로 사세요. 당신 좋아했던 팬들 마음 무너뜨리지 마시고"라며 맹비난했다.
나훈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12일 공연에서 "오늘 마지막 공연이니까 속 이야기를 하겠다. 국회의원인지 도지사인지 잘 들으라. 여러분(관객)이 내게 뭐라고 하면 '그렇습니다'라고 인정하겠지만, 저것들(정치권)이 뭐라고 하는 것은 내가 절대 용서 못 하겠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반격했다. 이에 더해 나훈아는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다. 이 미친 짓을 하고 앉아 있다. 안 그래도 작은 땅에서 경상도니, 전라도니 이 XX들을 하고 있다. 저것들 자기네나 똑바로 하지 어따 대고 어른이 얘기하는데 XX하고 앉아 있어. 잘 봐라. 지금 갈라치기 하고 있는데 함부로 갈라치기는 안 된다"고 속 얘기를 털어놨다.
나훈아 [사진=연합뉴스]
나훈아는 이번 사태 외에도 정치적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해 4월 '나훈아 '2024 고마웠습니다' 인천 공연에서 "북쪽을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쪽의 김정은이라는 돼지는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살이 쪘다. 혼자 다 결정하니까 (북한과) 실컷 얘기하고 조약을 맺어도 혼자 싫다고 하면 끝이다. (북한이) 치고 싶어도 칠 수 없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 힘이 있어야 평화도 있다"며 과감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05년에는 광복 60주년 기념 MBC 특별 기획 '나훈아의 아리수' 공연에서 "광복은 없는 편이 좋았다. 다시 말하자면 광복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으면 좋았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가 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그런 일이 애당초 없었어야 한다"라고 주장해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한 이유에 대해 "남의 나라 쳐들어오는 건 나쁜 X이야. '절대 그러면 안 돼' 이런 소리를 하기보다는, 절대 우습게 알지 못하게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면서 부연했다.
이처럼 나훈아는 노래뿐 아니라 정치적 발언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할 말은 하는' 나훈아였다. 다만 브레이크 없는 표현 방식으로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제 가수로서 나훈아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나훈아 [사진=예아라]가수 나훈아가 58년간의 가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마이크는 내려놨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나훈아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펼쳐진 '나훈아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 - 서울'을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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