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 잇달아 진행된 임영웅 리사이틀 6회 공연이 모두 마무리됐다. 임영웅은 차분하지만 열정의 무대로, 영웅시대는 '애도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호응했다. 고척스카이돔 콘서트 현장 전경. / 강일홍 기자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시간은 참으로 빠릅니다. 2025년 새해도 벌써 2주째를 지나고 있습니다. 연말연시에 잇달아 진행된 임영웅 리사이틀 6회 공연이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를 지켜본 영웅시대 사이에서는 공연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라는 안도의 말들이 대세였습니다. 공연 기간 중 발생한 비극적 사고 여파로 인한 애도 분위기에 모두가 조마조마했기 때문입니다.

제주항공의 무안국제공항 사고는 첫주 공연 마지막날인 12월 29일 오전에 발생했고, 당일 이후 진행된 공연들은 희생자들을 향한 묵념과 함께 슬픔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진행됐습니다. 임영웅과 소속사는 공연을 취소할 경우 파생될 더 큰 부작용을 염려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고, 관객들은 '애도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로 호응했습니다.

임영웅은 매 공연마다 세트 리스트를 조금씩 달리 했지만 첫 무대 선곡부터 세심하게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콘서트는 배호 이미자 남진 나훈아 등 가요계를 대표하는 레전드 가수들의 명곡들로 가득 채우며 '오랫동안 기억될 추억의 공연'에 대한 상징성을 담아냈다. /강일홍 기자

◆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노래까지 세대 초월 명곡 세트 리스트

역시 임영웅이었습니다. 차분하지만 열정의 무대로 화답했습니다. 임영웅 공연이 특별하다는 건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얘기입니다만, 우선 규모부터 압도했습니다.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3개의 초대형 LED 스크린 전광판과 보조 스크린, 무대와 홀 중앙 천장에 매달린 수십개 스피커 등 완벽한 음향시스템이 빛을 발했습니다. 고척스카이돔은 한겨울에도 완벽한 난방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돔구장입니다.

이전에도 매 공연마다 세트 리스트를 조금씩 달리 했지만 첫 무대 선곡부터 세심하게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출발은 배호의 '영시의 이별',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남진의 '가슴아프게', 나훈아의 '사내'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모두 가요계를 대표하는 레전드 가수들의 명곡인데요. 이는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언젠가는 꼭 들려주고 싶었던 '오랫동안 기억될 추억의 공연'에 대한 상징성을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리사이틀'이란 공연명에서 보이듯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노래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곡들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미워요' '빗속을 둘이서' '내마음 별과 같이' 등 선곡한 노래마다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오히려 '소나기' '따라따라'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같은 자신의 노래는 선곡에서 밀려 무반주로 잠깐 소개하는 상황이었지만 객석은 아쉬움보다는 친근함으로 더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임영웅 리사이틀'은 연말연시 차분하고 조용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됐고, 이는 팬덤 영웅시대의 보이지 않는 응원과 지지가 큰 몫을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아래는 콘서트 시작 직전 공연장 내부. /강일홍 기자

◆ 아티스트의 안위보다 공연 취소로 파생될 주변인 피해 먼저 생각

"이번 임영웅의 결정은 수개월간 준비해온 공연관계자들과 하청 스태프들의 생계형 인건비,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올라오신 수많은 관객분들한테는 물론이고 당장 우리같은 지역 소상공인들한테는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툭하면 민생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과연 누가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임영웅처럼 진심으로 이타적 행동을 한 적이 있느냐." (공연장 인근 상인)

임영웅이 어렵고 힘든 시점에 과연 공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고 걱정하던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공연을 취소했을 때 발생될 주변인들에 대한 피해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공연은 차분하고 조용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됐고, 이는 팬덤 영웅시대의 보이지 않는 응원과 지지가 큰 몫을 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번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입니다만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가 될 수 있나'(일심동체,一心同體)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는데요. 대중문화기자로 현장에서 숱한 아티스트 공연을 접했지만 확실히 이전의 대중가수 팬덤과는 다르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흔히 팬덤은 아티스트를 닮아간다고 하는데요. 파생 피해를 줄이고 싶은 아티스트의 진심이 엿보였고, 성숙한 팬덤이 이끈 아름다운 마무리였습니다.

ee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