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철강 자동차를 지나 바이오반도체까지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 제약 시장은 오히려 트럼프를 넘어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노리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조짐이다.
이미 국내 제약업계는 기술수출에 따른 마일스톤 수익과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실적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GC녹십자의 분발이 눈에 띈다.
지난 2일 에프앤가이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올해 2분기 매출액(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최소 4661억원에서 최대 469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GC녹십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최소 221억원, 최대 280억원으로 추정하며 전년 동기 대비 최소 25%에서 최대 58.5%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시장 확대와 목표 실적 초과를 전망했다.
GC녹십자는 2025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도 선방했다. 매출 3838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 전망이 1분기보다 더 좋아지면서 하반기 녹십자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지씨플루와 알리글로의 상승세 뚜렷
이 회사의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주된 요인은 국내 혈액제제 가격 인상에 힘입은 바 크고 태국 수출이 시작된 독감백신 ‘지씨플루’ 판매가 실적에 반영된 데다,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의 선방이 뒤를 받쳐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먼저 지씨플루의 경우, 지난 4월말에 태국 국영 제약사인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와 질병통제국(DDC, Department of Disease Control)의 입찰 및 민간 시장 포함 총 594만 도즈의 물량을 공급하게 돼 획기적인 실적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태국은 남반구와 북반구에 걸친 지리적 위치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백신 접종 지침을 모두 적용받는 국가이고 독감 발생율이 높아 일년내내 지속적으로 독감백신 공급이 필요한 시장이다. 지난 2014년 이 회사는 태국 독감백신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수출 물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로써 GC녹십자는 누적 수주량 1500만 도즈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편 GC녹십자의 대표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해 미주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실적 상승의 한 요인이다. 이 회사의 일차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ALYGLO)’가 미국 주요 보험사 3곳의 처방집(formulary)에 등재되어 투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알리글로는 미국 내 주요 보험사 3곳인 시그나 헬스케어(Cigna Healthcare),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ited Healthcare), 블루크로스 블루실드(Blue Cross Blue Shield)에 처방집이 등재됐다.
이 등재가 의미가 있는 것이 GC녹십자가 6곳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계약 및 3곳의 보험사 등재를 통해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의 목표로 한 80%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녹십자홀딩스(GC)는 이로써 혈액제제 및 백신분야와 관련한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서근희·신수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면역글로불린은 공급 부족과 무관세 적용으로 가격경쟁력이 높다”면서 “미국 혈장센터에서 원료를 전량 수급받고 있어 미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약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 트럼프 정부 관세와 관련한 예측 불가능성이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바이오 반도체 시장을 들먹이는 바람에 관련 시장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GC녹십자의 경우, 알리글로 생산에 필요한 혈장을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관세 부과를 피힐 수 있고 자사가 완제 의약품에 관세를 부여할 경우를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별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신제제도 GC녹십자 올해 2분기 실적과 하반기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품목이다. 해당 품목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최소 895억원, 최대 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소 3.5%에서 최대 14.1% 증가한 규모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자회사의 연구 개발 실력도 업계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GC지놈이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GC지놈은 GC녹십자그룹 계열사로 정밀의료 기반 유전체 분석 기업인데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한 암 진단 및 맞춤형 유전질환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상장 심사를 무난히 통과한 바 있었다.
이 회사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45개 기관(100%)을 포함한 전국 병·의원 900여곳에 유전체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그 종류만 ▲건강검진 검사 ▲산전·신생아 검사 ▲암 정밀진단 검사 ▲유전희귀질환 정밀진단 검사 등 300종 이상을 수행하고 있다.
GC지놈은 2013년 GC녹십자의 자회사로 설립된 임상 유전체분석 선도기업이다.
이 회사가 주목받은 것은 검사 수출(TSO, Test Send Out), 기술수출(L/O, License-Out), 연구개발 협력 등을 강점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약품이나 약물로 수출하는 것은 많았지만 이렇듯 해외로의 기술 수출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이 회사는 국내 개발된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나 유럽, 중동·아프리카, 미주 등 주요 4개 권역 21개국 44개 기업과 거래 계약을 체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GC지놈의 연매출은 작년 기준 약 259억원이다. 5년 전인 2019년 매출 약 121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탄소 감축에 성공한 유일한 제약기업
한편 국내 5대 제약사 중 지난해 직·간접적으로 탄소 감축에 성공한 기업은 GC녹십자가 유일한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GC녹십자는 2022년부터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성공하고 있다.
일반 제약사들은 개발과정에서 탐소 감축이 중요한 줄은 알지만 거기까지 신경쓰기가 어렵고 개발과 연구 투자에 신경쓰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반해 GC녹십자는 꾸준히 탄소감축 활동에 나서 왔다.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사업장의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42% 감축할 계획이며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의미하는 넷제로(순 배출량 0)를 달성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GC녹십자는 2023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PPA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활용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PPA(Power Purchase Agreement)는 전력수급계약 또는 전력구매계약이라 불리며, 발전사업자와 송배전사업자, 전력소비자 간에 구입 기간을 정하여 체결하는 전력 구입에 관한 계약을 의미한다.
제약업계 원로들은 GC녹십자가 혈액제제·백신 등 전통 사업의 안정적 캐시카우를 갖고 있고, 알리글로가 반등하고 있는 데다, ESG·신약 개발 모멘텀까지 구비하고 있어 하반기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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