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향후 5년간 한국경제의 성장 정체 또는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며, 통상 전략과 기업 투자, 첨단산업 육성을 새정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경영·금융 분야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1.8%는 2026~2030년 한국경제가 'L자형 정체'(40.2%) 또는 '점진적 우하향'(21.6%) 국면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반등을 전망한 응답은 34.3%에 그쳤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88%로 나타나,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기존 예측치(0.8%)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새정부가 1년 이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69.6%)와 '대외 통상 전략 수립'(68.6%)을 꼽았다.
향후 5년간 중점 추진 과제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이 75.5%로 가장 높았으며, 저출생·고령화 대응(58.7%), 규제 개선(32.3%), 인재 양성(31.4%) 등이 뒤를 이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지금 한국경제에는 과거 중화학공업이나 정보기술 산업처럼 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리딩 산업이 없다"며 "정부와 민간이 기술과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고, AI 산업의 핵심 분야에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는 전략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59.8%),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 기술 도입 확대(38.3%), 민간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지원 확대(25.5%)가 제시됐다.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해선 인공지능과 자동화 등 혁신기술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63.4%)이 가장 많이 언급됐고,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56.4%)과 해외 인구 유입 확대(34.6%)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향후 구조개혁이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얼마나 개선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31.4%가 '1.52%'까지 가능하다고 답했고, 26.5%는 '11.5%'라고 응답했다.
이는 KDI가 제시한 2030년대 잠재성장률 전망치(0.7%)를 웃도는 수준이다.
KDI는 AI 확산과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최대 1.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정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미래 신산업 육성에 진심인 정부'(21%)가 가장 많이 언급됐고, '경제 체질을 바꾸는 정부'(16%), '민간 중심 경제를 만드는 정부'(11%), '실사구시 정부'(10%) 순으로 집계됐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각 산업 분야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지원 정책 간 우선순위와 충돌 여부를 조율할 산업정책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일본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지난 30년간 실질 성장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제도와 규제시스템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술혁명과 무역질서 재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의 기본 전제가 변하고 있다"며 "새정부는 구조적 시각에서 규제 해소와 신산업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