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3분의 1을 사무실에서 보내는데, 사무실 공기질은 우리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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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평일 하루 최소 8시간은 사무실에서 생활한다.
많은 회사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책상과 의자, 휴게실 등에 신경을 쓰지만, 공기의 질을 관리하진 않는다.
박성제 한국엡손 이사(프린팅솔루션비즈니스팀장)는 9일 아시아경제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나 "사무실 내 프린터, 복사기에서도 오존, 이산화질소, 초미세먼지 등 많은 양의 유해화학물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프린터 및 사무용 전자기기 업체 엡손의 한국법인 한국엡손이 올해 5월부터 독자적으로 추진 중인 '더스트 프리(Dust-Free)' 캠페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소비자들이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프린트 기기를 구매할 때 '공기 질'을 중요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점이다.
사무실에서 많이 사용되는 레이저 프린터와 달리 한국엡손의 잉크젯 프린터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방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력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엡손의 '히트 프리(Heat-Free)' 기술이다.
인쇄 과정에서 열을 사용하지 않고 잉크를 분사해 출력하는 방식으로, 예열이 필요없고 소비전력과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박 이사는 엡손의 잉크젯 프린터가 '유기농 음식'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기농 음식은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보다 더 맛없을 순 있다"며 "하지만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유기농 시장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비유했다.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분말 형태의 토너 가루를 사용하는데, 엡손 프린터는 액체(안료)를 사용해 출력하기 때문에 인쇄 과정에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엡손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의뢰해 자사의 잉크젯 프린터에 대한 공인 시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인쇄 전후 미세먼지(PM10) 및 초미세먼지(PM2.5)의 방출량이 '정량 불가 수준'으로 측정됐다.
오존(O₃) 방출량 역시 '정량 한계 미만' 수준이며 휘발성 유기 화합물(TVOCs)의 방출량도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엡손은 잉크젯 토너에서도 환경적 측면을 고려했다.
그는 "엡손의 잉크젯 토너의 경우 팩 타입으로 돼 있고, 크기도 레이저 프린터 토너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며 "관리자 입장에서도 토너를 폐기하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캠페인의 배경엔 본사의 오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철학이 있다.
1942년 일본에서 설립된 엡손은 전사적으로 '지구와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다.
2025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고 지하자원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환경비전 2050' 목표 아래 지난 2023년 12월 전 세계 사업장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내외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산업계에서 유행처럼 확산하던 ESG 흐름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엡손은 친환경에 더욱더 진심이다.
박 이사는 "다른 기업들도 친환경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만, 실질적인 ESG 경영을 위한 KPI를 설정하는 게 어려워서 주춤하고 있을 것"이라며 "엡손의 경우 구체적인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한 것이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기업이 결국에 친환경과 소비자의 건강 모두를 고려하는 경영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 이사는 "몇 년 전 만에도 프린팅 업계가 어떻게 하면 '싸게, 많이' 제품을 팔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제품이 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해가 되지 않겠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며 그것이 곧 이익과 직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엡손은 최근 기기 구독 시장에도 진출했다.
박 이사는 "렌털 서비스 이용 매출을 전체 매출의 최소 10% 이상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며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의 경우 렌털 위주로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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