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그룹이 분리되고 나면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기업 분위기가 탄탄해지고 뭉쳐치면서 긍정적으로 발전해 가는 기업도 있다. 효성그룹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지배구조가 심플해지면서 대외 신인도도 좋아지고 복잡하던 사업 구조도 단순해지면서 경영의 효율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이 강화되고 있고 실적 등 바깥에 나타나는 수치나 지표도 건강해지면서 체질 혁신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지난해 3월 29일 창업 2세 조석래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효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후 효성그룹은 곧바로 인적분할을 단행해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지주사 HS효성을 출범시키며 대대적인 분리에 나섰다.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 계열사가 신설 지주사에 편입되었는데 이 계열분리로 인해 모그룹이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실적 발표후 이런 목소리는 수면 아래 가라앉고 오히려 실적 상승과 각종 지표 우상향에 대한 칭찬과 좋은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효성그룹의 1분기 실적만 봐도 그러하다. 영업이익이 1254% 급증하고 효성중공업도 1024억원의 이익을 올려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거두었다. 효성티앤씨도 774억원의 실적을 올리는 등 계열사들이 전반적인 실적 호조를 보여주었다.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전반적으로 외형 성장과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나타난다. 증권가에선 효성그룹이 올해 기준 공정자산은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고 부채비율은 대기업집단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한다.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이 탑에서 바텀까지 잘 녹아들고 있으며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사업구조도 정비되어 그룹의 체질 혁신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 소통으로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신뢰받는 백년 효성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조 회장은 “지금 우리는 생존과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아무리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치밀하게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온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면서 조 회장 스스로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기동력을 확보하고 핵심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면서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사내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을 ‘소통’으로 잡은 조 회장이었다. 벽을 허물고 신뢰를 쌓자는 목소리를 회장이 내면서 조직의 강한 리더십과 팀워크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재계 관측통의 분석이다. 실제로 수치로 혁신과 변화의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그룹의 중심 사업부문을 분할해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 등 4개 주력사 중심으로 체제를 재편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매각과 합병의 강온 전략을 구사하며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을 유지했다.
이렇게 되자 효성의 공정자산은 2018년의 약 12조 원에 불과하던 것에서 2024년 16조5000억원, 2025년에는 19조8000억원에 가까워지며 최근 5년간 65% 이상 증가했다.
분리 후 첫 연간 실적이 집계되었는데 효성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2조2728억 원, 영업이익 2211억 원, 순이익 4843억 원을 기록했다.(2025년 3월 공시)
이는 HS효성과 각자 지주사 체제로 개편해 분할한 뒤 거둔 첫 연간실적이다. 재계에 따르면 2023년에 비해 매출은 23.0%, 영업이익은 283.2% 늘었으며 순손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주역은 핵심 계열사 효성중공업의 수익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매출 4조8950억 원, 영업이익 362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13.8%, 영업이익은 40.6% 증가한 호실적이다.
여기에 자회사들도 보탬이 됐다. 효성티앤에스, 에프엠케이, 효성굿스프링스 등 자회사들의 영업이익도 합산 9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92.1% 증가했다.
베트남 비나(VINA)법인과 탄소섬유공장 등 해외 주요 자산이 확대된 것도 성장의 한 축을 이루게 됐고 미래 신산업 육성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 순위도 두 단계 올랐다. 그룹 자산순위가 33위에서 31위로 오른 것이다.
이런 외형적 성장 속에서도 재무구조는 더 안정돼 그룹의 전체 자산은 19조9865억원, 부채는 10조264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1.3%에 그쳤다.
전력외교의 가치를 미리 살펴둔 조 회장의 예단
한편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조현준 회장의 인맥과 네트워크가 주목받으면서 어려운 한국 재계를 구원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언론계에 따르면 미국 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가진 조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초고압변압기를 전략자산으로 내세우며 한미 협력 사업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멤피스 공장을 활용한 현지생산 전략이 트럼프의 전략과 어울리면서 효성중공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북미 지역의 전력 수요 급증으로 효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여기에 조현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효성중공업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서 이를 사들인 미국 펀드가 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곳이기에 이번 기회에 효성중공업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협력 관계를 맺게 된 점도 유리한 요소이다. 이 펀드는 운용 자금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전력솔루션 기업에 투자를 고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효성중공업은 미국 사업에서 우호적인 ‘우군’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미국 정부가 전력 인프라를 국가 경제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면서 효성중공업의 전략적 위상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조 회장은 '2027년까지 북미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 2030년까지 AI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토털 전력 솔루션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대미 사업의 본격적인 전개가 점쳐진다.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은 AI 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AI 시대가 개화하기 위해서는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AI 산업과 전력 산업을 같은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관련 사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연구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재계 원로들은 조 회장이 효성중공업 경영에 직접 관여하면서 AI 시대의 핵심산업인 전력 산업의 선진화와 함께 글로벌 전력사업 대표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인 점을 들어 효성의 성장세는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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