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발생한 SK텔레콤(SKT)의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 여파로 지난달 전체 번호이동 건수가 10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SKT를 떠나 다른 이동통신사로 갈아탄 회선 수는 44만여개에 달했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통신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93만3509건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달의 69만954건보다 약 35% 증가한 수치로, 올해 1월(약 49만건) 대비로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10년 이래 번호이동 건수가 90만건을 넘긴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번호이동 건수는 최근 매월 50만여건 안팎에서 움직여왔다.
지난해 월평균 번호이동 건수도 약 52만건을 기록했다.
번호이동 건수는 2010년대 초반 매월 100만건을 웃돌았지만,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번호이동 보조금이 제한되면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횡보하던 번호이동 건수가 지난달 급증한 건 SKT 해킹 사태의 여파로 보인다.
전체 이용자들의 유심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더해 후속 조치를 두고도 논란이 일면서 고객들의 이탈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SKT를 떠나 다른 통신사로 옮긴 전체 고객의 수는 44만49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번호이동 건수의 절반을 SKT 이탈 건이 차지한 셈이다.

지난달 SKT에서 KT로 옮긴 이동 건수가 19만6685건, LG유플러스로 옮긴 이동 건수가 15만8625건이었다.
두 통신사 모두 직전 달과 비교해 SKT에서 넘어온 고객 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알뜰폰(MVNO)으로 갈아탄 SKT 이용자들도 8만5180명을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매월 5만명 수준이던 것과 비교해 늘었다.
SKT 고객들의 이탈 흐름은 유심 해킹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기는 고객의 수는 매월 10만명 초반의 흐름을 보였는데, 지난 4월 유심 해킹사태 발발 직후 20만명으로 늘어난 뒤 5월에는 40만명 선까지 급증했다.
반대로 타 통신사에서 SKT로 갈아탄 이동 건수는 지난달 3만4960건에 그쳐 직전 달(12만2671건)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 회선에서 SKT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각각 1만명대 초반에서 그쳤다.
이는 SKT가 기존 고객들의 유심 교체를 위해 직영점과 공식대리점에서 번호이동 가입을 중단한 영향으로 보인다.
SKT는 유심 교체 대기 고객이 많은 상황에서 유심 재고를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을 위해 사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리점에서의 가입을 중단시켰다.
다만 대리점이 아닌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번호이동과 신규가입이 가능하다.
SKT는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신규 가입이 중단되자 최신 스마트폰 모델에 대한 공시지원금과 기기변경 지원금을 올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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