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컴퓨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을 더 정밀하게 연결하고 다듬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가 늦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산업계가 움직이면 기회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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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연세대학교 양자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최근 인천 송도 양자융합연구센터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양자컴퓨팅 기술이 겉보기에는 전혀 새로운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 전자·반도체 산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를 구성하는 초정밀 배선, 극저온을 유지하는 냉각 기술, 외부 간섭을 차단하는 전자파 차폐와 고진공 처리, 신호를 조절하는 마이크로파 제어 기술 등은 모두 기존 산업계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다.
김 원장은 "이 산업은 사실 기존의 반도체, 냉각, 정밀 배선 같은 기술의 집합체"라며 "전자부품 산업에 있는 엔지니어라면 조금만 훈련해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자 개인에게도 진입의 문턱은 생각보다 낮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IBM이나 아이온큐, 리게티 같은 기업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양자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다.
기존 전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알고리즘이나 제어기술을 익혀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곳은 양자역학 전공자만의 영역이 아니다"며 "시스템을 구현할 기술 역량이 더 중요하고 반도체, 전자공학, 소프트웨어, 물리 실험 경험이 있다면 수개월의 교육만으로도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복소수나 선형대수·중첩·얽힘·측정 같은 핵심 개념만 익히면, 기존 프로그래머도 양자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한 달 정도 집중 교육이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자컴퓨터를 직접 제작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성 요소에 들어가는 기반 기술을 정밀하게 고도화해 상업적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원장은 핀란드의 냉각기 제조업체 블루포스를 예로 들며 "핀란드는 인구는 적지만, 전 세계 양자컴퓨터용 냉각기의 95%를 이 회사가 만든다"며 "원래는 단순 냉각기 업체였지만, 지금은 핵심 기업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산업계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양자컴퓨팅 산업과 연결할 것인가가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재 여러 대의 양자컴퓨터를 얽힘 상태로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큐비트를 무작정 늘리긴 어렵기 때문에, 여러 양자컴퓨터를 연결해 하나의 슈퍼 양자컴퓨터로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술적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팅과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방위산업에 활용되는 고도화된 마이크로파 기술이 양자컴퓨터의 안정적 연결에 활용될 수 있다"며 "양자 기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보유한 기술이 양자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길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며 "그 여정에 함께할 국내 기업과 기술을 발굴해 양자산업 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완 연세대학교 양자정보기술연구원 원장=미래양자융합포럼 학계 대표(2021.06 ~), 고등과학원 석학교수(2023.09 ~ ), 연세대학교 석학교수(2023.09 ~ ), 한국양자정보학회 초대회장(2023.08 ~ 2024.02), 아시아양자정보과학 AQIS 운영위원장(2018.09 ~ ), 퀀텀코리아 조직위원장(2023년, 2024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슈퍼양자컴퓨팅 전략연구단장(2025.06 ~)
인천=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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