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미 조선·방산 시장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단순한 해군 함정 생산 협력을 넘어 유지·정비·보수(MRO)까지 아우르는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미국 내 조선산업 복원 흐름에 동맹국으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HD현대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5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체결한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 생산 확대를 위한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외협력담당 상무는 "헌팅턴잉걸스의 생산 능력을 현재보다 2~3배 확대하는 데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미 해군은 향후 알레이버크급 구축함(9800t)에 해당하는 이지스함을 연 3척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조선업을 바탕으로 해군 전력을 강화해 2023년 기준 미국(296척)을 능가하는 함정(370척)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미국 조선산업은 노후화 등 영향으로 연간 이지스 건조 역량이 1.6척에 머물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을 직접 설계·건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조선사다.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6척의 이지스함 중 5척을 건조한 바 있다.
최 상무는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함 건조 공기를 미국 대비 67%, 건조 비용은 48%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이런 능력을 갖춘 조선소는 전 세계에서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28일 개막한 이번 마덱스에서는 단순한 건조 능력을 넘어, HD현대의 미래 해군 플랫폼 구상이 구체화됐다.
HD현대는 미래함정 콘셉트 'HCX 시리즈'의 진화형인 'HCX-25'와 AI 기반의 유·무인복합전력 기함(지휘함)이 될 '기동형 무인전력통제함', '미래형 무인전력모함', '전투용 무인수상정'(USV) 시리즈를 전시해 해양 유·무인복합체계 개발의 선도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또 자체 설계·건조한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기준으로 개발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을 비롯해 울산급 배치-Ⅲ 선도함인 충남함, 자체 개발한 원해경비함을 배치했다.

HD현대중공업은 MRO 분야에서도 미국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미 해군의 유지보수(MRO) 입찰에 세 차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MRO 역시 선박처럼 물량이 예측 가능해야 인력과 설비를 갖출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단순 경쟁입찰이 아닌, 정기적 물량이 보장되는 '넘버원' 수준의 전략 파트너 대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미 의회와 차기 행정부가 추진 중인 '조선산업 활성화법' 등 제도 변화 움직임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내 조선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동맹국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조선산업이 복원되려면 단순 생산력뿐 아니라 설계, 연구, 인력 양성 등 공급망 전반의 회복이 필요하다"며 "HD현대는 이를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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