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 경제계 인사들은 27~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를 마무리하고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해 협력하겠단 내용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회의는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일 경제계의 연계·협력 실현을 위한 환경 정비로서, 선행적으로 관련 단체와 협력해 한국의 CPTPP 가입을 위한 활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해 운영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 주도로 바뀌면서 2018년 12월 새로 출범한 경제 협정이다.
현재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이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 세계의 15%에 달할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다.
최근 관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맞서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을 이 협정에 합류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공동성명은 CPTPP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재계가 우리나라의 가입을 돕겠단 의사를 공식화한 데 의의가 있다.
한국경제인회의는 이외에도 공동성명에서 신뢰의 구축과 발전, 경제연계와 교류의 확대를 기약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경제인은 서로 간에 쌓아 온 신뢰와 우정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한일과 세계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혁신적으로 제휴·협력해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은 동아시아의 이웃나라인 동시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념을 공유하며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경합과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나아가 여러 공통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한일협력은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양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협력에 합의하고 탄소중립과 수소사회 실현, 인공지능(생성형 AI)·반도체의 연계 협력,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육성, 공급망 강화, 에너지 확보, 나아가 저출생·고령화와 같은 사회 과제에 대해서도 연계 협력한다"고 했다.
또한 "국경 없는 인적 왕래를 실현하기 위해 출입국에 필요한 절차의 간소화와 폐지를 요망하고 진척을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우리 측 단장인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은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새 정부의 통상 압력, 중국의 기술 추격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통 과제"라며 "미국 통상압력에 공동 대응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공동 대응 방안이 다뤄지진 않았다면서 "산업별로는 긴밀한 정보 교환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 단장인 아소 유타카 일한경제협회 부회장(아소시멘트 회장)도 "양국 모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아메리카 퍼스트라든지, 그로 인해 중국이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CPTPP 가입을 위한 양국 간 협력에 대해 김 회장은 "양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여러 문제가 걸려있어 타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기 때문에 CPTPP를 우선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연합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소 부회장도 "FTA는 그다음 단계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소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차기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양국이 힘을 합친다면 큰 영향력을 낼 수 있기에 양국의 연계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새 정부에서 발신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교류 확대와 관련해선 "국경 없는 인적 왕래를 실현하기 위해 출입국에 필요한 절차의 간소화와 폐지를 요망하고 진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민간 경제회의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협력 논의를 위해 1969년에 정례화해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1969년 첫 회의 이래 정치적 갈등이나 코로나19 등에도 한 번도 중단되지 않고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열리며 경제 성장과 상호 발전에 기여해 왔다.
다음 제58회 한일경제인회의는 내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