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후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에서는 과자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과자 침체(Snack recession)'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과자는 한 세기 전 대공황 때에도 굶주린 서민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소비가 잘 되던 품목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 국가 간 무역을 더 위축시켰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2025년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경기불황이라는 비슷한 경제 상황을 만들고 있지만, 과자 산업에서는 희비가 극명히 갈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먼저 줄인 것은 과자 등 간식류다.
시리얼 기업 제너럴 밀스, 음료 및 과자 제조사 펩시, 통조림 수프로 유명한 캠벨 모두 일제히 1분기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NIQ가 최근 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물가 상승으로 간식 구매를 줄였다"고 답했다.
통상 과자는 다른 식품보다 저렴하면서도 강렬한 맛을 주기 때문에, 불황일수록 더 많이 찾는 '위안의 음식(Comfort food)'로 취급됐지만, 지금은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유용한 영양소 없이 그저 열량만 높다는 간식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소비 우선순위에서 필수 식료품에 밀린 것이다.
CNN, CNBC 등 미 언론에서는 이 현상을 "과자 침체"라고 부르고 있다.
미 NBC 지역 방송인 WKYC 채널3에서도 "미국인들이 사소한 사치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신호"라며 "장바구니에서 달고 짠 간식을 덜어내고 필수 식료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과자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은 미국이 최대 경제 위기를 겪었던 100년 전 대공황 때와 180도 달라진 모습니다.
당시 미국 내 대부분의 산업이 대공황 타격을 입었지만 과자를 비롯한 가공식품 제조업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대공황 당시 미국의 빈곤률은 약 68%에 달했을 정도로 미국인 10명 중 7명은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배고픈 미국인들은 질 낮은 식자재를 긁어모아 어떻게든 음식을 만들었고, 당시의 식사는 이른바 '대공황 요리'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대공황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과자, 디저트 등 가공식품을 일반 식자재와 섞어 열량을 부풀리는데 있다.

대공황 시기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감자에 노란 색소를 주입해 버터 같은 모양을 만들고, 표면에 설탕과 코코아 가루를 발라 고급 초콜릿 디저트를 흉내 낸 '감자 사탕'이 대표적인 대공황 요리로 꼽힌다.
파이 생지 안에 비스킷, 크래커 등 딱딱한 과자 부스러기를 넣어 내용물을 부풀린 '절망의 파이'와 미국의 국민 옥수수칩 과자 프리토스도 193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음식들이다.
버터, 육류, 우유 등 신선 식자재를 구하지 못하는 가정이 대다수였던 당시 과자는 그저 간식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높은 열량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식자재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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