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2.4조원(15억유로) 규모에 인수한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공조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절차는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플랙트는 독일의 공조기기(공기조절 기기) 업체로 대형 데이터센터나 박물관, 도서관, 공항, 병원 등 다양한 공공시설에 공조 설비를 공급해왔다.
특히 최근 AI 기술 개발로 인한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객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플랙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에너지 절감과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랙트는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 냉각효율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 상인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공조 시장 합류를 위해 플랙트그룹의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 공조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공조시장을 공략한 바 있다.
공조사업 중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 달러(86조원)에서 2030년 990억 달러(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62조원)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AI), 소니오(메드텍), 룬(오디오) 등 미래 성장 산업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레버 영 플랙트 최고경영자(CEO)도 "플랙트가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최상위권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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