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 자느냐’보다 ‘어떻게 자느냐’ 더 중요…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수면의 질 개선…수면 생리학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평균보다 적게 자고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 이른바 ‘숏 슬리퍼(short sleeper)’들의 비밀이 유전학적으로 밝혀졌다.
미국 연구진이 수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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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SIK3는 뇌 시냅스에서 작용하는 효소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로, 수면의 시간과 깊이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수면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를 실험용 생쥐에 적용해 수면 패턴을 관찰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생쥐는 일반 생쥐보다 하루 평균 31분 덜 잤다.
평균 수면 시간이 약 12시간인 일반 생쥐에 비해 약 4.3% 감소한 수치다.
더 주목할 점은 수면 시간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도는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당 생쥐들의 뇌 시냅스에서는 SIK3 관련 효소의 활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활성 증가가 뇌의 항상성 유지 기능을 강화해, 수면의 질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수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보여준 첫 사례로 평가된다.
SIK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이들은 수면 중 해독, 세포 회복 등 중요한 생리적 과정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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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면 전문가는 “이번 발견은 ‘얼마나 오래 자느냐’보다 ‘어떻게 자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의미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필요한 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은 수면 생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수면 관리나 수면 장애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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