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인 '더 스마터 E 유럽'에서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참여 규모와 전시 내용 면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해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배터리 산업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유럽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축된 행보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10일 '더 스마터 E 유럽' 측에 따르면 독일 뮌헨에서 7~9일(현지시간) 진행되는 올해 행사에는 약 3000여개 부스가 운영되고, 11만명 이상의 참관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시는 태양광, ESS, 충전 인프라,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비즈니스 장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돋보이는 곳은 중국 기업이다.
개최국인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한 국가로, 총 850개 업체가 부스를 꾸렸다.
반면 한국은 66개에 그쳤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해당 전시와의 시너지를 위해 같은 공간에서 '인터배터리 유럽'을 개최했다.
국내외 93개 기업이 236개 부스를 운영했다.
지난해보다 20% 확대된 규모의 행사지만, 전체 행사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의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이번 행사에 불참한 한 국내 기업은 "각 기업의 전략이 다를 뿐"이라며 "다른 부분에서 제품 홍보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1만명 이상이 몰리는 유럽 최대 행사를 외면하는 것은 어려운 업계 상황 속에서 안일한 대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 기술을 겨루는 '더 스마터 E 어워드'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총 47개 후보 기업 중 17곳이 중국 기업이었는데, 에너지 저장, 이모빌리티, 태양광, 스마트 에너지, 우수프로젝트 등 전 분야 기술 성과에서 고루 이름을 올렸다.
최종 수상한 기업 15곳 중 3곳이 중국 기업으로 기술 전반에 걸친 경쟁력이 입증됐다.
한국기업은 삼성SDI가 유일한 수상자였다.
최근 SNE리서치에서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했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4.5%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태양광, ESS, 스마트 인프라 등 '포스트 전기차' 격전지에서조차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트랜드이고, 이는 배터리 산업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런데도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한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힘쓰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대한 공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시회 참여는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글로벌 산업 생태계 속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시장의 요구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략적 접점"이라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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