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현지 공급망 구축 필요성이 대두된 시점에서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의 첫 '착공' 사례다.
해저케이블의 원료가 되는 구리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LS전선은 현지 인프라 경쟁력과 성장하는 제품 수요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S전선 자회사 LS그린링크는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서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총 6억81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는 이 공장은 2027년 3분기 완공, 2028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일자리는 330개 이상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의 공급망 자립 전략에 선제 대응하고,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전환을 이끄는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미국 내 해저케이블 생산 인프라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현지 조달 확대와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관세·세액공제 변수= 현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나섰지만, 우려 요인은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케이블의 원료가 되는 구리에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는 간담회에서 "관세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금 미국에는 이곳처럼 케이블을 제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관세가 있어도 여전히 시장이 있고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도 변수다.
LS전선은 버지니아 주정부로부터 약 48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연방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9900만달러의 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하면 총 1억4700만달러(약 2036억원) 규모다.
다만 청정에너지 산업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IRA 세액공제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윤찬 LS그린링크 대외협력 담당은 "IRA 세액공제는 미국을 (투자지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며 "워싱턴DC에서 양당을 적극적으로 만나왔고 양당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美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새로운 공장은 완공시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이 된다.
엘리자베스강 인근 39만6700㎡ 부지에 들어서며 연면적은 약 7만㎡ 규모다.
LS전선은 향후 글로벌 수요에 따라 설비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전용 항만시설과 높이 200m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도 들어서는데 이 타워는 버지니아주에서 최고층 구조물이 될 전망이다.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바다에서 육지로 보내는 용도 등으로 사용된다.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공장을 미국 동부 바닷가와 가까운 체서피크시에 건설하는 이유도 미국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대부분이 동부 해안에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 에너지 정책을 뒤집으면서 미국 공장은 당분간 내수용보다 유럽 수출용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LS전선은 설명했다.
김기수 LS그린링크 법인장은 회사가 이미 유럽 수출용 물량 18개월 치를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도로명도 'LS 1번가'= 착공식에는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와 팀 케인 상원의원, 릭 웨스트 체서피크시장 등이 참석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는 "이번 공장 건설은 LS전선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영킨 주지사는 "LS그린링크의 착공은 버지니아의 혁신과 제조 경쟁력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수백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웨스트 시장은 체서피크시가 공장 입구로 이어지는 도로를 'LS 1번가'(1 LS WAY)로 명명했다면서 도로 표지판을 구본규 대표이사에게 선물로 전하기도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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