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토요일마다 '짜파게티밥'을 해달라고 해요."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에 위치한 농심 도연관 조리과학실. 농심 일반 직원들의 출입조차 제한된 이곳에서 최근 만난 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농심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하게 짜파게티의 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만능 소스'를 꺼내 들었다.
소스를 활용해 몇 가지 재료만으로도 손쉽게 근사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물가에 집밥 수요가 크게 늘자, 가정간편식(HMR) 사업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은 소스 시장으로 눈을 돌린 모양새다.

이날 미디어 행사에서도 짜파게티 만능 소스를 활용한 '항정살 짜장 리소토'와 '짜계치밥(짜파게티+계란+치즈+밥)' 만들기가 이뤄졌다.
이중 짜계치밥은 춘장을 연상케 한 까만 액상소스를 밥에 버무려 치즈와 계란후라이를 올리면 완성이었다.
자취생들이 즐겨 먹는 간장 계란밥만큼 초간단 요리인 셈이다.
추천 레시피는 밥 한 공기 기준 소스 2.5스푼을 넣어 비비는 것이었다.
하지만 색을 내기 위해 4.5스푼을 욕심껏 넣었다.
짠맛이 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소 싱거운 음식을 선호하는 입맛에도 간이 딱 맞았다.
장진아 농심 간편식 개발팀 책임은 "소스 자체의 나트륨 함량이 많지 않고, 춘장과 달리 희석제품이기 때문에 아무리 제품을 넣어도 짠맛이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만능 소스를 활용하면 짜파게티밥 외에도 떡볶이, 찜닭, 두부조림 등을 쉽게 요리할 수 있었다.
농심은 소스 활용 방법에 대한 새로운 레시피를 계속 만들어 안내 중이다.
제품 뒷면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농심의 '누들푸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만능 소스를 활용한 레시피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적혀있다.
짜파게티 만능 소스를 활용한 레시피만 해도 짜파 퀘사디아, 짜계치버거, 짜파게티 찹스테이크, 꽈리고추 멸치볶음, 짜파게티 야끼우동 등 28가지에 이른다.
장 책임은 "집에 소스를 사놔도 버려지는 게 많고, 새로운 걸 사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소스를 통해 전통적인 요리 외에도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짜파게티 만능 소스 외에도 '배홍동 만능 소스'와 '먹태청양마요 만능 소스'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3가지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300만개 수준이지만, 다양한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최근 농심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와 함께 먹태청양마요 만능 소스를 활용한 간편식을 출시했다.
2023년 출시 후 어른용 안주 스낵으로 시장을 점령한 '먹태깡 청양마요맛' 소스를 통해 치킨, 김밥, 삼각김밥, 햄버거 4종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소스를 맛볼 수 있게 했다.
회사는 향후 소스 라인업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소스 시장은 소비자 충성도가 강한 카테고리로 한 번 브랜드를 신뢰하면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소스 시장의 글로벌 성장세도 가파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소스 시장 규모는 2019년 450억달러에서 2023년 597억달러로 증가했으며, 2028년에는 700억달러(97조8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역시 2019년 1조37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특정 소비자를 공략한 제품보다는 대중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를 떠나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소스 출시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