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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電力이 국력]⑤"지자체도 줄섰다"…'AI 맞춤형' SMR, 개발현장을 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달 17일 찾은 대전 유성구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연구원 안에 마련된 ‘SMR 스마트 넷제로 시티(SSNC) 통합 관제 센터’에 들어서자 SMR 중앙통제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시뮬레이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한수원이 SMR과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어떻게 친환경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설치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훈 한수원 중앙연구원 차장은 “지난해 8월 통합 준공된 이후 지자체와 각종 연구기관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막대한 전기 소모가 예상되는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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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개발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80%와 재생에너지 20%를 함께 사용할 경우 ‘석탄 80%+재생에너지 20%’ 조합에 비해 20~3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i-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부하추종(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기 출력을 조정하는 것) 운전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한수원은 5% 내에서 출력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대형원전보다 1000배 안전…주민대피 불필요”

i-SMR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SMR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 및 기업의 숫자만 44개에 달한다.
올해까지 표준설계를 마치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 표준설계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한곤 i-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계획대로 올해 안에 표준설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SMR 사업단은 원안위와 표준설계인가를 위한 사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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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이란 300메가와트(MW) 이하 용량의 소형원자로를 말한다.
국내 설치된 대형 원전은 1000MW 이상이다.
SMR은 단순히 크기만 작아진 것이 아니라 안전성을 강화하고 모듈식으로 제작해 건설 기간을 크게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개발중인 i-SMR 이전에도 국내에서는 ‘스마트(SMART)’, ‘스마트100’ 이라는 이름의 소형모듈원자로가 표준설계 인가를 받았다.
이들 원자로는 기존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노심, 가압기, 증기발생기, 냉각펌프 등이 격납건물안에 별도로 설치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비해 i-SMR은 하나의 철제 용기(Vessel) 안에 주요 기기를 통합한 일체형으로 설계되고 있다.
그만큼 원자로의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i-SMR의 원자로의 전체 높이는 35m에 불과하다.
앞에 ‘혁신형’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은 기존 원전과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i-SMR은 처음부터 기존 원전과 다른 기술과 개념을 적용하다보니 현재의 안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단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i-SMR 설계와 맞지 않는 현행 규정은 36개에 달한다.


예를 들어 대형 원전은 1개의 원자로가 1개의 발전소를 구성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필요한 운전원의 수를 규정했다.
하지만 SMR은 1개의 발전소에 여러 개의 원자로가 들어갈 수 있다.
i-SMR은 170MW 용량의 원자로 4기를 나란히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존 규정을 따르자면 원전 4기에 해당하는 운전원 수를 두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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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중심으로 20~30km의 범위에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방사선 누출 사고에 대비해 주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도록 설정한 구역)을 설정하도록 한 기존 규정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용량이 적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만큼 이같은 규제가 필요없다.


김한곤 단장은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서 사고 확률이 1000분의1 이하로 낮기 때문에 주민이 대피할 필요가 없다"며 "이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방사능 유출 확률이 10억년에 1번보다 낮으면 EPZ를 설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i-SMR이 기존 원전에 비해 안전한 것은 용량이 작은 것 이외에도 여러 안전 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i-SMR은 피동안전계통을 도입해 재난 상황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방사능 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해일로 냉각기 펌프가 침수, 작동하지 않으면서 노심이 녹아내린 것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피동안전계통 방식은 외부 전원이 없더라도 자연 대류만으로 노심을 냉각할 수 있다.


피동안전계통은 이미 설계인증을 받은 스마트원전에도 적용됐다.
스마트 원전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아틀라스(ATLAS)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돼 원자력안전위원회 설계 심사까지 마쳤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구축한 아틀라스는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주요 사고에 대해 원자로 계통의 냉각성능을 실제 압력, 온도 조건에서 종합 모의하는 실험 장치다.
이날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소를 방문하니 APR1400 원자로 실제 크기(체적 기준)를 280분의1로 축소한 아틀라스 실험장치를 볼 수 있었다.
이 실험장치에서는 APR1400 원자로와 동일한 열을 내는 보일러를 이용해 각종 안전 장치들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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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은 APR1400 원전, 스마트 원전에 이어 i-SMR에 대해서도 이같은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배병언 책임연구원(박사)은 “i-SMR 아틀라스 실험 장치를 제작하기 위한 발주를 시작했다”며 “표준설계 심사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누가 먼저 짓나가”…AI 시대 맞아 전 세계 각축전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해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는 SMR의 특성은 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교적 적은 면적에도 SMR을 건설할 수 있다.
대형 원전은 부지 확보가 어렵고 수요지까지 전력망을 구축하는데도 주민 반대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


i-SMR 발전소의 외관도 기존 대형 원전과는 완전 다르다.
거대한 굴뚝이나 콘크리트 격납건물이 필요없다.
한수원은 지하 50m 깊이에 i-SMR을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지상에는 최소한의 건물만 노출된다.


미국에서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그 장소를 그대로 SMR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새로 SMR을 설치할 부지를 찾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기존 전력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SMR을 반대론자들의 주요 논거중 하나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 원리에 따라 발전소도 크면 클수록 단위 생산 전력당 비용이 적게 든다.
SMR은 소형이기 때문에 균등화발전비용(LCOE, 발전기 수명 동안의 평균 발전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는 비용이 증가하자 2023년 유타주에 SMR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접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한곤 단장은 “초도호기의 경우에는 처음 짓는 것이다 보니 경제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경험이 축적될수록 건설 비용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i-SMR은 공장에서 원자로를 미리 생산해 트럭으로 옮긴 후 현장에서 설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얘기다.
또한 순수 발전소 건설에만 6년 이상 소요되는 대형원전과 달리 SMR은 2년 안에 건설하기 때문에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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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지금 SMR을 개발하고 있는 국가들은 경제성보다는 누가 먼저 상업용 SMR을 성공적으로 짓느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용 SMR 건설에 성공할 경우 향후 확대될 SMR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받는 곳은 미국의 뉴스케일파워다.
뉴스케일파워는 i-SMR과 마찬가지로 경수로형이자 일체형으로 설계됐다.
이 회사는 현재 루마니아에 77MW급 SMR 6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총 40억달러(약 5조7000억원)의 금융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소듐냉각고속로), 구글이 투자한 카이로스(용융염 원자로), 아마존이 투자한 X에너지(고온가스로) 등 4세대로 분류되는 SMR은 상용화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2028년까지 i-SMR 표준 설계 심사를 마무리하고 부지를 선정해 2030년 중반에 첫 호기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34년 9월에 1개 모듈을 우선 준공한 뒤 2035년까지 4개 모듈을 모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SMR은 뉴스케일파워와 달리 무붕산 설계로 경쟁력을 높였다.
붕산없이 제어봉만으로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붕산에 의한 기기 부식을 방지할 수 있고 기기와 부품 수를 줄일 수 있다.
또 사용후 핵연료도 발생량도 감소한다.


우리나라는 혹시 모를 특허 분쟁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한곤 단장은 “자체적으로 약 150개의 특허를 출원했다”며 “철저한 특허 분석을 통해 뉴스케일파워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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