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경제계에서는 이사의 책임 확대보다 주주배당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기업의 배당증가분에 대해서도 5% 세액공제를 제공하거나 배당소득에 저율 분리과세하는 등의 방식을 정부가 재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일 정부와 국회에 '2025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상의는 건의 취지에 대해 "상법 개정은 이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워 소송 남발, 투자 위축, 혁신 저해 등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라는 모호한 입법이 아니라 주주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갈 수 있는 주주배당 확대를 위한 조세제도 마련을 통해 밸류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건의서에서▲주주환원 촉진세제 도입 ▲첨단산업 투자 세제지원 고도화 ▲위기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 ▲상속세 개편 등 조세제도 개선과제 130건을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우선 주주 배당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조세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약 35%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또 최근 상의가 실시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에서는 소액주주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것이 배당 확대(61.7%), 자사주 매입·소각(47.5%) 등 금전적 이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기업들은 국민적 관심이 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낮은 주주환원 수준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총 18.7조원으로, 전년 대비 2.28배 증가했다.
현금배당 또한 45.7조원으로 전년 대비 7.2%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2023년 세법개정안에 포함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배당증가분 5% 세액공제' 신설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당을 늘린 기업에 대해 증가분에 대한 5% 법인세액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대기업은 현재 법인세 외에도 추가로 20%의 세금을 부담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배당도 투자·임금 증가와 마찬가지로 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배당소득에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14% 세율이 적용되지만, 이를 초과하면 최고 45% 세율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금융소득세 종합과세를 폐지하고 9% 단일세율을 적용하거나 과세표준 구간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방식도 실질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가전략산업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이 확대됐지만, 기업이 적자일 경우 세액공제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처럼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직접 현금 환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현재는 법인세 세액공제 방식이어서, 영업이익이 발생해야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적자 상태에서는 세액공제를 활용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프랑스처럼 미사용 세액공제를 제삼자에게 양도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생산량 기반 세액공제를 적용해 기업이 시설을 확장할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한상의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기업의 경우 3% 공제율이 적용되지만, 2024~2025년에는 대기업이 제외된다.
이에 구조적 위기에 처한 산업을 '위기산업'으로 지정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의는 공제 한도를 현재 과세소득의 80% 한도에서 100%로 상향하고 기간도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상법 개정, 상속세 개편, 첨단산업 투자 경쟁과 같은 여러 쟁점 이슈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 세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경제발전의 중심에 있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를 통한 국민의 자산증대를 위해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상법 개정 대신 기업의 혁신과 주주환원 노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조세지원 제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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