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때문인지 사람이 더 없네요"
27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작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A 이동통신 판매점 대표는 다른 매장을 둘러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판매점들은 드물게 열렸고, 그마저도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각자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 한 명이 매장 사이를 지나가자 곧장 가격만 알아보고 가라는 목소리들이 돌림노래처럼 울렸다.
강변 테크노마트는 불법보조금 지원으로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소위 ‘성지’라고 불리는 장소 중 하나다.
 전날 단통법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단말기 지원금 공시의무와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돼있던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 규제가 폐지됐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가 현행 수준 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된다.
이외 소비자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법안들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전된다.
폐지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단통법 폐지의 기대감을 짓누르는 건 얼어붙은 소비심리였다.
B판매점 대표는 "올해 초만 해도 손님들이 단통법 폐지에 기대감을 가지고 ‘진짜 싸지냐’며 묻기도 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 오는 소비자층이 단통법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고 덧붙였다.
 가격 변화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한 소비자들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갤럭시Z플립6를 구매하러 왔다는 임모씨(32·남)는 "손님이 많이 없어 그런지 걸어 다닐 때마다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해 부담스러웠다"며 "단통법 통과 이후 전날 시세보단 좀 더 싸지지 않았을까 기대하고 왔지만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씨가 보여준 이 날 시세표에는 해당 기종을 번호이동(통신사 변경)으로 구매할 경우 전날과 비교해 5만원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지만, 실제 그가 휴대폰을 구매한 곳에서는 "전날과 다를 것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만 단통법 규제를 위한 채증 단속 부담은 덜었다는 반응이다.
B 판매점 대표는 "올 초 단통법 폐지안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채증에 대한 부담이 감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다"며 "그때부터 판매자들이 보다 자신있게 경쟁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는 온라인 판매처럼 시장을 교란하는 무리를 상대로 한 규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 
등록안내
등록안내
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