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광주·전남 정치권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당초 목표로 했던 90% 이상 득표율 달성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절반의 성공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 줄어만 가는 호남 목소리를 키울 수 있었던 정치적 전략도 다소 후퇴하게 생겼다.
더욱이 당장 1년에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공천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6·3대선에서 총 49.42%(1,728만7,513표)를 얻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1,439만5,639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291만7,523표)는 8.34%를 각각 기록했다.
개표 전인 전날 오후 8시께 발표된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 조사에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51.7%,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9.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7%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통령은 기대됐던 과반 득표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1,700만표 넘게 득표하면서 역대 대선 최다 득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1위였던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얻은 1,639만4,815표를 훨씬 뛰어넘었다.
정치활동 내내 괴롭혔던 이 대통령 자신을 둘러싼 여러 구설과 악재를 뒤집고 3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민주당으로선 역사적 승리를 쟁취했지만, 정작 광주와 전남 정치권은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외쳐댔던 '득표율 90%' 달성에 실패하면서, '호남 정치 입지 확장'이란 목표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이 빌미가 됐다.
정권 교체에 대한 명백한 명분이 분명했던 선거였다.
민주당 경선 초반부터 이어진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이란 분위기가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이번 21대 대선은 어떠한 '승리 방정식'을 정립하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는 광주·전남지역 정치인들에게 있어 '압도적' 승리를 구호로 90% 이상 지지를 지역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게 된 배경이 됐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94.73%), 노무현 전 대통령(93.4%)에 준하는 지지세를 끌어내 자신들의 당내 입지는 물론, 호남 정치의 부활을 이끌어 내겠단 전략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광주 84.77%, 전남 85.87%에 머물며,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에선 광산구가 85.16%로 가장 높았으며, 전남 소통령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 지역구인 완도가 89.9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지만, 결국 90% 문턱 앞에서 모두 좌절됐다.
광주·전남 내 지역구 단 한 곳도 90%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장 내년(6월 3일) 치러질 지방선거 전략에도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비공식적으로 이번 대선 지역별 득표율 성적표가 공천을 가르는 최대 평가항목이 될 것이란 말이 지역 정치권에서 나돌고 있어서다.
이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여러 정치인의 입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한 바 있다.
광역단체장인 광주시장 및 전남도지사 선거는 이미 하마평에 오른 여러 후보들이 물밑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교육감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을 염두에 둔 인물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 현직인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민형배 의원, 문인 북구청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병훈·이형석 전 의원, 정은경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전남도지사 역시 현직인 김영록 지사를 필두로, 신정훈·주철현·이개호·서삼석 의원 등 여러 인물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번 대선 득표율만 따지고 보면 해당 후보들의 지역구 모두 85~86% 내에 머물렀던 만큼, 딱히 어필할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대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지역 곳곳을 돌며, 지역구 관리 등 전체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선 득표율을 당장 공천과 연결하기엔 무리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것이란 뒷말이 나온다.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과의 연동을 특히나 강조했던 만큼,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4월 치러진 담양군수 재선거, 지난해 10월 영광군수 재선거 등에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 혼쭐이 난 경험까지 더해져 더욱 세밀하게 공천 룰을 고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전략공천 변수'가 눈에 띄는 이유다.
물론 지역 정서상 "그래도 이재명"이란 구도를 만들어 준 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여 준 점 등을 고려하면 전략공천 가능성은 희박하단 전망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확언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하다.
이러한 분석과 지적들에 대해 지역정치권은 일단 유보적 입장이다.
지역 한 광역의원은 "이번 대선은 이전 정권의 정치적 붕괴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
선거 결과도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 사실이다"며 "승리 방식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냐를 두고 우리 지역에선 90%란 높은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준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결과를 놓고 솔직히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그래도 지역 모든 당원이 한마음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10명 중 8명이 이상이 이재명을 지지한 것은 대단한 결과다.
젊은 층의 보수화, 일부 종교 세력들의 이재명 악마화 등 여러 변수로 인해 당초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이것이 공천과 직접 연결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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