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왕’으로 불리는 물장군(Lethocerus deyrollei)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노린재목에 속하는 이 곤충은 국내 수서 곤충 가운데 가장 크며, 성충의 몸길이는 최대 7㎝에 이른다.
영어권에서도 ‘Giant Water Bug’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생김새에서부터 위압감을 드러낸다.
물장군은 주로 논 인근의 웅덩이, 저수지, 내륙 습지 등 비교적 물살이 잔잔한 담수 환경에 서식한다.
배 끝에 달린 호흡관을 통해 수면 위의 공기를 저장한 뒤, 이를 이용해 수중에서도 호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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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양서류, 어류, 개구리 등을 사냥하며, 드물게 작은 뱀이나 거북이까지 사냥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튼튼한 앞다리로 먹잇감을 낚아챈 후 신경독을 분비하여 무력화하고, 주둥이를 찔러 넣고 소화효소를 주입하여 먹잇감의 체액을 흡즙한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물장군이지만 곤충으로서는 드물게 ‘부성애’를 가지고 있다.
암컷이 짝짓기 후 수면 위로 노출된 식물 줄기 또는 바위 등에 수십 개의 알을 붙여 산란하고 떠나면 남겨진 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먹이활동을 멈춘 채 온몸으로 알을 감싸 천적의 접근을 막는다.
하지만 이처럼 강한 부성애와 뛰어난 생존전략에도 불구하고, 물장군을 볼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드물어지고 있다.
물장군은 단순한 희귀 곤충이 아니다.
이 종은 담수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종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존재다.
언젠가는 물장군이 우리 주변의 친근한 생물로 돌아올 때까지 농약 사용을 줄이고, 서식지를 최대한 보호하는 등 과학적이고 실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승규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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