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이었습니다.
무연고자에 대한 기획기사를 우연히 봤습니다.
너무 문학적이고, 동시에 몹시 가슴 아팠어요. ‘이 이야기는 언젠가 연극으로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무연고자에 대한 기획기사를 우연히 봤습니다.
너무 문학적이고, 동시에 몹시 가슴 아팠어요. ‘이 이야기는 언젠가 연극으로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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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신작 ‘유령’을 무대에 올리는 배우 강신구·이지하(왼쪽부터)와 작·연출 고선웅 서울시극단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
가정 폭력 남편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끝내 말기암 판정을 받고 무연고자로 쓸쓸히 죽음을 맞은 ‘배명순’이 주인공이다.
‘고선웅표 연극’ 특유의 유머와 철학, 현실과 연극을 넘나드는 실험적 형식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고선웅은 “배명순의 서사를 따라가는 연극은 절대 아니다.
이야기 자체는 삶과 인생, 존재에 대해 ‘뭘 하자는거지’, ‘인생이 뭐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무연고자들의 삶은 극 중 유령으로 표현된다.
완전히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수 없는, ‘없어도 있는, 있어도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무연고자라는 게 그렇게 불쌍했어요. 주민증이 없고 호적이나 이런 것들이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거니까. 분명히 한국 사람인데 그런 게 없으면 사람으로 인정을 못 받으니까. 그 사람의 삶이 인생 전체가 뿌리 없이 둥둥 떠다니는 거예요. 그게 마음이 굉장히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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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모티브는 내면의 분노, 불합리·부정의에 대한 반감, 측은지심 같은 겁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유령도 저한테는 측은지심이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딱한 거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약간의 소명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제 개인적인 공명심이라든지 그런 건 전혀 없고, 그냥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
그러면서도 고선웅은 무거운 무대는 아니며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하나만 봐도 마음이 아픈데, 그 이야기를 끝까지 힘들게 가져가는 게 연극적으로 의미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전혀 무겁지 않게, 연극적으로는 오히려 가볍게, 유머와 소동극적으로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
전작 ‘퉁소소리’로 최근 영화·TV 출연·제작진 중심의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연극상을 수상하면서 “연극이 대중예술임을 실감했다”는 소감을 밝혔던 고선웅은 이날 ‘연극의 고립’을 우려했다.
“연극이 대중예술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사실 연극은 요즘 점점 고립되고 있어요. 예산 지원제도에 의존하고, 의미만 강조하는 작품들에 점수를 주고, 마치 예술을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로서 존재하는 연극 예술 같은 느낌이 있죠. 관객과 소통보다는 메시지 중심으로 가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걸 무대에서 실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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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무대 위에서 인물로 연기하다가 자신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자꾸 흐려지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탁월한 연극 배우로서 TV·영화 등에서 활약하다 6년만에 ‘배명순’으로 무대에 복귀하는 이지하는 “처음엔 솔직히 너무 자신이 없었다.
무대가 이런 곳인가 싶었고 무대 감각이 다 빠졌다는 느낌이었다”면서도 “연습을 하면서 ‘아. 이 작업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존재하는 순간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연극이 인생이고, 무대가 세상이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해요.”
고선웅도 “세상은 무대고 인간은 배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고 이 세상에 왔다면, 그걸 어떻게 살아내는지가 인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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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직접 대본을 쓴 신작 ‘유령’을 연출하는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
이 연극을 만드는 창작자들이나 배우들의 태도는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만들었고, 그게 관객분들한테 어떻게 전달될지는 지금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순한 마음으로 이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5월 30일부터 6월 22일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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