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마주치는 광고판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면 어떨까. 피치에이아이(P2ACH AI)는 매장을 지나는 사람의 시선, 체류 시간, 성별·연령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실시간 분석해 광고 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분석되는 광고를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삼십대 여성이 많이 지나간다면 여성 의류 광고가 나오는 식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에서도 타깃형 광고 집행이 가능해졌다.
이동열 피치에이아이 대표는 9일 아시아경제에 "광고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타깃팅까지 가능한 오프라인 리테일 미디어 솔루션을 개발해 주요 리테일사와 협력하고 있다"며 "기존 오프라인 광고의 감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과 중심 미디어'로의 전환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피치에이아이는 카메라와 엣지 AI 박스를 리테일 매장에 설치해, 고객의 시청 가능성·행동 데이터·광고별 반응을 수집한다.
이 데이터는 웹 기반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분석돼 광고 매체주와 광고주가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다.
시선 방향과 시청 지속시간을 정밀 분석해 실제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 회사의 강점은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주시 시선 인식' 알고리즘이다.
창업자인 이 대표는 현대모비스, 카카오뱅크에서 10년 가까이 기술 경력을 쌓은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다.
기술은 '서비스형 하드웨어(H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로 구성된다.
디스플레이 앞 장치들이 광고판을 바라보는 사람의 존재 여부, 체류 시간, 시선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광고별 도달률·전환 가능성·연령대별 시청 시간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도출해 정량적인 홍보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직원 유니폼 등 특정 조건도 인식할 수 있어 직원 노출에 따른 허수 데이터도 걸러준다.
이 대표는 "광고 도입 후 매출이 광고비 대비 400% 이상 증가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피치에이아이는 단순한 광고 효과 측정을 넘어 '스파셜 컴퓨팅(spatial computing)' 기반의 리테일 공간 디지털 전환을 지향한다.
단순히 사람을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간의 흐름을 읽고 콘텐츠에 반응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시선에 반응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캐릭터 등,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콘텐츠 구현까지 나아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피치에이아이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 지역 철도청 산하 리테일 매장과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그는 "일본은 광고주들이 콘텐츠와 데이터 성과에 민감하고,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반응이 빠른 시장"이라며 "올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피치에이아이는 지금까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약 3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억원이다.
이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인스토어 리테일 미디어'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오프라인 공간도 온라인처럼 측정하고, 타깃팅하고, 최적화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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