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음모론 판치고 권력자는 무속인에 푹 빠져
일본 시코쿠 서부의 도쿠시마현은 나루토해협의 강한 소용돌이와 아와아이(阿波藍)라고 불리는 파란 염료가 유명한 곳이다.
관광지로는 상대적으로 한가했지만 지난해 홍콩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1월에는 홍콩 항공사가 주 3회 정기편을 띄웠다.
작년에만 홍콩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68만명이 일본을 찾을 정도로 일본은 홍콩 사람들이 처음 떠올리는 여행지가 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급작스럽게 상황이 변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홍콩과 도쿠시마를 왕복하던 정기편은 이달부터 주 2회로 축소됐다.
도쿠시마만이 아니다.
올해 3월 일본을 찾은 홍콩 관광객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센다이와 홋카이도 등 홍콩과 일본 사이 정기 항공편이 있던 곳에서 줄줄이 항공편이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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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
한 만화가가 2025년 7월5일 일본에 대재앙이 일어난다고 예언했다.
이 만화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예언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웃어넘길 소리 같지만 풍수를 연구하는 홍콩 풍수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일본 7월 대재앙’을 반복하자 웃지 못할 얘기가 됐다.
실제로 인구 750만의 홍콩에서 이런 영상들은 5000만회 이상 조회됐다.
홍콩 밖은 잠잠하다.
JAL 같은 대형 항공사의 7월 방일 관광 예약은 큰 변화가 없고, 일본 관광객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일본 여행 취소 움직임은 없다.
7월 대재앙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는 발생 직전까지도 정확한 날짜 예측이 불가능하다.
결국 홍콩의 유난한 풍수사랑을 탓하게 된다.
실제로 세계 대학 랭킹에서 서울대와 순위 경쟁을 벌이는 홍콩성시대는 2005년 건축학과 석사 과정에 풍수지리 과정을 개설했을 정도다.
1989년 중국은행이 홍콩에 직사각형 건물을 지었던 일화도 유명하다.
중국은행 건물의 칼날 같은 사각 모서리가 살기를 뿜는다며, 인근 HSBC 건물이 부랴부랴 옥상에 대포 모양 기중기를 중국은행 쪽으로 설치한 해프닝이다.
홍콩인들은 사무실 이사 날짜나 책상을 놓는 방향까지도 풍수사의 조언을 듣는다고 한다.
애초에 홍콩의 풍수 인기 뒤에는 중국의 사회주의혁명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건국 이후 마르크스주의에 어긋나는 미신을 타파하겠다며 풍수를 억압하자 중국 전역의 풍수사들이 상대적으로 사상의 자유가 있던 영국 식민지 홍콩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미신이나 미스터리가 농담으로 소비된다.
20세기 말 홍콩이 그랬다.
영국 식민지배는 명목상 통치에 불과했고, 권위주의 중국에서 분리된 시절, 자유로운 분위기의 홍콩은 아시아 금융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이 풍요와 자유는 아시아 문화시장을 휩쓴 홍콩팝과 홍콩영화의 배경이었다.
이 시절 홍콩의 풍수는 해외토픽을 장식하는 풍습에 불과했다.
반면 오늘날 홍콩에선 풍수사가 전문직으로 대우받으며 유튜브로 관광산업 동향을 바꿔 놓는다.
자연스레 한국 사회를 두 시절의 홍콩과 비교하게 된다.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쓰는 한편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에 푹 빠진 사람들과 무속인을 불러 점을 치며 중요한 결정을 내린 권력자들이 떠오른다.
‘회의주의자 사전’의 저자 철학교수 로버트 캐롤은 ‘풍수’를 정의하며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더불어 살고자 하는 현명한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욕실을 어디에 두고 문을 어느 방향으로 낼지 정하는 사기”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미신과 미스터리는 관념의 영역에서만 아름답다.
현실에 발 붙이게 놓아둬서는 안 될 일이다.
김상훈 실버라이닝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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