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지난달 제10차 국가조직의 의약품 집중구매제가 상하이에서 시행됐다.
모두 62종 의약품에 대한 입찰을 시행했는데, 50여종 의약품 가격이 평균 90% 이상 낮아졌으며, 최대 96% 인하된 의약품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입찰엔 머크·화이자·바이엘·백스터 등 20개 다국적 제약사의 33종 원조약이 참가했으나 단 하나도 낙찰받지 못했다.
국가 의약품 입찰제 시행 이래 다국적 기업 의약품이 단 하나도 낙찰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9차례 입찰제에 걸쳐 낙찰된 원조약도 32종에 불과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제참고보에 "이는 값싼 중국산 복제약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 예로, 이번 10차 입찰에서 한 글로벌 제약사는 원가로 계산해 주사액 입찰을 넣었지만 가격 경쟁에서 결국 밀렸다.
이 입찰에서 500g당 1.63위안(약 300원)짜리 주사액이 최저가로 낙찰된 것. 이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생수보다 싼 주사액"이라고 꼬집었다.
저가·효능 낮은 의약품 사용에 환자들 '불안'
특히 시장 점유율이 별로 없는 중국 중소제약사들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춰 낙찰받으면서 저가의 효능이 낮은 약이 공립병원에 공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홍콩 명보도 최근 중국 공립병원에서 의약품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공립병원 의사는 "과거 마취제 한 대에 20위안이었는데, 지금은 1대에 몇 위안밖에 안 한다"며 "예전에는 5ml 마취제를 정맥 주사했는데, 지금은 5ml 투여 후에도 마취제가 듣질 않아 두 배의 마취제를 투여하다보니 환자가 언제 깨어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약이 효능이 없어 두 세 알 더 투여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공립병원 의사들은 입찰제에서 낙찰된 저가의 효능 낮은 의약품을 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최근 상하이시 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으로 활동하는 정민화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학 부속 루이진병원의 일반외과 주임은 상하이시 정협위원 20명과 함께 ‘치료 효과가 양호한 약물사용 건의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 주임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의약품 입찰제 시행으로 약값이 낮아지면서 의약품 효능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환자나 병원 의사들에 따르면 항생제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혈압약을 먹어도 혈압이 낮아지지 않고, 마취약이 듣질 않고, 관장약을 먹어도 설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주임은 환자가 병원 약국 혹은 의약품 공식 판매점에서 원조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효능이 좋은 원조약도 의료보험 품목에 넣어 품질과 가격을 보장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최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국가의료보호국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국가의료보험국은 성명에서 "집중구매 조달을 통해 선정된 약품의 품질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며 "품질 문제가 있는 경우 당국에 신고하고 해당 의약품의 구매 계약을 종료하고 공급업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