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선수 유승민이 지난 14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있었던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연임에 도전한 이기흥 현 회장을 꺾었다.
대한민국의 체육행정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유승민은 그동안 힘든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승부사다.
21년 전인 2004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결승에서 유승민은 당시 세계 일인자였던 왕하오(중국)와 대결했다.
누구도 그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으나 그는 당시 자신을 상대로 6전승을 기록 중이던 왕하오를 4대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승민은 2016년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세계 스포츠계에서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 단숨에 목적을 달성하고 혜성처럼 체육행정가로 변신했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 역시 깜짝 쇼였다.
그는 절대강자였던 이 회장을 상대로 승리했다.
이 회장은 시도체육회장단, 자신과 가까운 종목별 단체장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15일 전화 통화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처럼 선거를 준비했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열심히 뛰어 보겠다”고 했다.
나는 2020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대변인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대회는 코로나 사태로 개막 직전 취소됐지만, 대회조직위원장이었던 유승민을 제대로 알게 됐다.
그는 뒷마무리를 깔끔히 하더니 2년 후 대회를 다시 유치했고, 지난해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앞으로 유 당선인이 풀어야 할 숙제는 너무나도 많다.
첫째는 정부와의 관계를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올해 대한체육회의 예산은 2900억원. 정부와 싸우기에 급했던 이 회장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문체부가 체육회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이는 8년 전의 규모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처럼 마케팅, 기부금 등 자체 수익을 늘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둘째는 지방체육회의 활성화다.
정치인들이 지방체육회까지 선거로 회장을 뽑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탓에 지방체육이 흔들거린다.
예산은 100%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구조여서 지자체장과 정치색이 다르면 꼼짝도 못 한다.
특히 선거가 대한체육회와 달리 2년의 시차가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
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학교체육 활성화다.
지금 학교 운동부는 궤멸 상태다.
인구 감소에 팀 해체가 이어져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체육은 교육부나 교육청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가 ‘팀 코리아’를 이끌면서 과연 네 번째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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