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2일 오전부터 3일까지 이틀에 걸쳐 수사관 30여명을 투입, 무안공항 사무실과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 해 여객기 운항 등에 관한 자료 확보에 나섰다고 했다.
공항 시설물 관리와 항공기 정비 등과 관련해 국내 공항 운영주체인 한국공항공사와 항공사의 법적 책임이 없는지 조사하고 밝혀내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엄정한 수사로 국민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운영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관계자가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현재까지 제기된 여러 참사 원인 중에는 활주로 끝에 있던 4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 콘크리트 구조물만 없었더라면 탑승객 179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구조물이 적법한 시설인지, 혹여 건설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2020년 무안공항 착륙유도시설인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에 나서며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는 지침까지 내려놓고도,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강화한 업체 설계를 그대로 승인해 줬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여수·광주·포항 공항에도 유사한 구조물이 있다.
이번 참사가 정부의 안전불감증과 무사안일 때문이라는 것이 확인될 경우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8개의 공항을 오가며 무려 13차례 운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게는 38분에서, 길게는 5시간 46분에 달하는 중·단거리 비행을 쉴 새 없이 반복한 것이다.
업계 관행이라고는 하나 항공기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항공사 측에서 법에서 정한 비행 전후 점검 규정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국적 항공사 안전강화대책 일제점검과는 별개로 정비시간 준수와 적절한 정비 부품을 사용했는지 등도 규명 대상이다.
 |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관제탑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기체 이상 여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제주항공 여객기와 같은 엔진을 쓰는 기체에서 과거 조류 충돌 후 엔진 결함이 발견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참사와 엔진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철새 도래지가 인근에 4곳이나 있는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10여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조류 퇴치 담당자가 고작 4명이고, 사고 당시엔 근무자 1명이 담당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번 참사 원인이 공항 시설과 운영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선 항공노선을 무리하게 개설해 비롯된 인재(人災)였다는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했다.
책임 소재 규명은 참사 희생자 179명에게 국가 공권력이 행해야 하는 당연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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