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책 <조정훈의 질문들>4

『조정훈의 질문들』은 국회의원 조정훈 의원이 한국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무엇’에서 ‘왜’를 넘어 ‘어떻게’로 나아가는 문제 인식, 그리고 국민과 함께 답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한민국과 한국 정치에 깊은 문제의식을 품은 듯한 저자의 태도는 책만 놓고 보면 분명 신선하고 진지하게 다가온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갑질 문화, 저출생, 교육정책 실패 등의 과제를 비롯해, 보수·권위·외교·경제정책 등 한국 정치가 직면한 근원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탐색하는 것은 긍정적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이 실질적으로 정치적 소명의식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정치적 정황을 살펴보면, 조정훈 의원이 현실 정치에서 보여준 행보는 이 책 속의 문제의식과 분명한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국면에서 조정훈 의원을 비롯한 보수정당 의원 대다수가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아 탄핵안이 부결된 사실은, 그가 책에서 강조하는 ‘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갗에 대한 물음이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갗라는 실천적 고찰과 어긋난다. 민주주의 제도 장치인 탄핵 표결에 대한 방기(放棄)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윤리를 묻는 중요한 질문 앞에서 침묵한 것이며, 이는 저자가 말하는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겠다’는 포부를 무색하게 만든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상설특검” 국회 표결에서 조정훈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사실 역시 이 책에서 내세우는 날카로운 문제 제기와 정면 충돌한다. 특검 도입 여부는 권력 감시와 민주적 절차 확립을 위해 중요한 사안인데, 이를 반대한다는 것은 책의 기획 의도—즉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제도적 결함을 메우기 위한 진지한 질문 제기—와 상반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질문’을 통해 ‘좋은 대답’을 이끌어내겠다는 저자의 언명은, 정작 현실 정치에서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 불신을 해소할 제도적 노력에 반하는 모습으로 귀결된다.

더 나아가 『조정훈의 질문들』은 한국 정치와 국민을 향한 ‘질문’이 단순히 서술적 수사나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쓰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책의 서술 자체는 충분히 사려 깊게 보이나, 저자의 실제 정치행위가 책에서 강조한 개혁적 문제의식과 동떨어져 있다면, 이 책은 결국 국민에게 진정한 해답 추구 의지를 보여주기보다는 ‘질문하는 척’하는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낳는다. 정치인이 묻는 ‘왜’와 ‘어떻게’는 결국 어떤 정치적 기득권이나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질문’에 담긴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결국 『조정훈의 질문들』은 한국 사회와 정치가 당면한 질문을 풍부하게 나열하고,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일차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실제적 대답—즉 정치적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이 책은 ‘의미 있는 질문’에 머무르지 못하고 공허한 담론의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국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언은, 현실 정치에서의 모순적 행보로 인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질문은 많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과 태도가 결여된 상황에서, 『조정훈의 질문들』은 훌륭한 ‘질문지’일 수는 있어도, 한국 정치의 변화와 진전을 이끌어낼 실질적 동력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