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책 <윤석열의 길>3

『윤석열의 길』은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걸어온 궤적을 되짚으며,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난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서사적 전기(傳記)’로 읽힐 수 있다. 이 책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현이 일종의 시대적 필요나 반(反)기득권 정서의 결과물임을 강조하거나, 혹은 그를 정의와 공정의 화신으로 제시하면서 그의 정치적 여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서사적 축조는 궁극적으로 대통령 개인에 대한 가치판단보다, 그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와 국민적 기대에 대한 총체적 검증의 과정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을 앞둔 정치적 긴장 국면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윤석열 서사’는 현실 정치의 복잡성과 괴리된 일면적 서술로 비칠 수 있다. 책에서 펼쳐지는 윤석열의 개인적 결단, 강력한 반부패 기치, 국가 운영에 있어 ‘원칙’과 ‘신념’의 강조는, 막상 현실 정국에서 드러난 정책 혼선, 정치적 메시지의 불투명성, 여당 내부 분열과 야당과의 갈등 양상 앞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즉, 『윤석열의 길』이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활용하는 과거의 신화적 서사는, 탄핵 표결이라는 직접적이고 구조적인 정치 위기 상황 속에서 현실과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윤석열이라는 한 인물을 ‘길’을 통해 상징화하며, 마치 그가 걷는 경로가 사회 정의 구현을 향한 역사적 당위나 필연적 진보 과정인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탄핵 표결을 앞둔 정치적 현실은 이러한 필연성을 해체하는 과정에 있다. 대통령의 권력 행사가 국민적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 정치와 사법, 언론, 시민사회 전반에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길’이라는 상징적 모티프는 오히려 그 길의 방향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야기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책이 제기하는 ‘길’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며, 그 길이 단순히 한 개인의 정치적 대의나 덕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 위기 속에서 기존 정치서사의 균열을 반영하는 증상임을 상기시킨다.

결국 『윤석열의 길』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과 그가 추구하는 원칙, 그리고 그 원칙이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실천 가능한가를 성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탄핵 표결이라는 엄중한 정치적 시험대 앞에서, 책이 보여주는 ‘윤석열 신화’는 그 설득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고 있으며, 진보나 보수라는 진영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다층적 권력 감시 체계 속에서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서사화를 넘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현재 위치와 균열 지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로 해석되어야 한다.